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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가을, 한국사회는 영화 ‘도가니’에 빠졌다. 모두가 제대로 직시하기를 주저했던 이 불편한 진실이 스크린을 벗어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002년부터 5년간 광주 인화학교에서는 끔찍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청각장애아들을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저지른 이 추악한 범죄는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7년 기나긴 법정 싸움 끝에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이후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가 탄생하며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도가니’가 찾아왔다.
영화의 흥행 덕분에 세상은 다시 한번 이 사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시작으로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란, 제 2의 도가니 사건 등이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소재에 대한 우려로 많은 투자회사들이 난색을 표했고, 개봉 전까지만 해도 영화가 흥행 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 시사를 시작으로 관객들의 입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영화인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벌어졌다. 시종일관 무겁고 답답한 이야기로 마지막까지 진을 빼는 이 작품에 관객들은 찬사를 보냈고, 다양한 사람들의 추천으로 영화는 초반부터 매진 행렬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도가니 광풍에서 우리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영화는 실제 사건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를 교묘히 오간다. 할아버지뻘 되는 교장의 성폭력 장면은 너무나도 직설적인 표현 방식으로 개봉 초부터 논란을 일으켰고,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은 마치 사실인 냥 관객들에게 던져진다.
제작사 측은 성폭행 장면 촬영 시에는 아역배우의 보호자 입회 하에 촬영했으며, 일부 영화적 허구를 혼동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영화적 장치로 사용된 허구적 명칭, 설정 등이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진실’이라는 책임감 앞에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독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실을 표현하고, 때론 가상의 인물을 만들기도 한다. 즉, 온전한 진실의 기록이 아닌, 실제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그대로 사건의 진실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가니’의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는 없다. 그 불편한 진실이 스크린에서 멈추지 않고, 공론화된 이야기들을 추진할 수 있을지,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낼지는 우리 모두가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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