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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여행길은 어디라도 좋다. 청명한 하늘과 어울어진 산야의 붉은 단풍은 이미 순치되어버린 도시인의 심약한 감상에도 문득 잃어버린 방랑의 야성을 일깨워주게 마련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며 나그네의 시간이다. 강을 따라 길을 재촉하며 산을 찾아 방향을 잡는 가을 나그네의 행보는 절로 사색과 사념을 동반하게 된다.
꽃이 피고 진다. 피는 것은 무엇이고 지는 것은 또 무엇인가? 올해 핀 꽃은 지나간 해의 그것과 사뭇 닮아 있지만 사람은 어제의 그 사람이 아니니 어찌 무상함을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가을 나그네는 절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메는 순례자가 된다.
마음속에 비(碑)를 세우고(마음속 믿음) 천천히, 느리게 산천 경계를 음미하며 간다. 평화를 찾으며. 더욱이 물의 경계를 건너 육지로 다시 발을 내디딜 때는 의식과 같은 경건함을 가지고 땅을 노크하듯 내려선다.
치안(峙岸)과 피안(彼岸),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과 같은 상대적인 절대의 가치를 가지고 경계를 구분한다는 논리의 지평을 열며 가 보자.
전국의 도로 가로수라면 은행나무가 70%를 넘지 않나 싶다. 도시에 우뚝 선, 아니다 떠다 놓은 것 같은 어머니의 젖무덤 같은 수봉산, 오르는 길이 가을엔 차라리 길로 흘러내린 노란 물이 가득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지 싶다. 흰색 자동차 위에 소복이 쌓인 은행잎의 노란눈, 길 가장자리에 쌓인 그 눈은 군데군데 저절로 녹아든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장관이다.

길은 두 갈래로 이어져
나는 산허리 길을 걸었고
당신은 지름길 계단으로 올랐지
정상에 닿아
우린 서로 보이지 않는다 했고(중략)

아마도 이별인 듯 싶은, 희곡의 한 대목을 압축시킨 상황의 묘사, 왜 ‘수봉산 추억’일까. 그렇다 이별의 종말을 장식함에 장소가 뭐 그리 대단하랴 설악산인들 그 아픔을 대신할 수 없고 수봉산인들 대신 하겠냐 마는 습관처럼 만나는 곳이고 생활 속에 파묻힌 곳이라면 다 가능할 곳 그래서 이런 말이 있는가 싶다. “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너는 나의 가을이다. 낙엽이 있는 한.”
시를 지은 류종호, 문학을 한다면 무언가 모르게 고상하게 어울리는 직업을 가진 듯 바라보는 세상, 그러나 외국의 예를 보면 노동자가 더 많고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들 보다 각양각색의 직업군을 이룬 사람들 많다
경찰관이 시를 쓴다. 눈으로 읽고 머리로 생각을 해야 하는 시, 은유와 함축이 많은, 강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남구 주안역 지구대에 근무하며, 순찰길 수봉공원에서 얻어진 시, 평상의 시간을 비범하게 쓴다 할까

그 날을 떠올릴 때마다
사랑의 슬픈 종말을 고했다 말을 하네.

1991년에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인천 문학상을 받고 사려 깊은 시정(詩井)의 늪에 빠져있기를 자처하는 유종호는 ‘감꽃 편지’‘가슴이여 뜨거운 가슴이여’등 4권의 시집을 상재한 촉망받는 시인이다.
수봉산의 내력을 아는가 싶은 시인은 시속에 그 전설을 담고자 했을 것.
중·동구 그리고 남구일대를 일러 옛말은 다소면이라 했다. 다소란 물웅덩이가 많아 물이 풍부하건데 농사가 잘 되는 터, 수봉산 기슭에 다랭이 마을이 있어 다남(多男)한다 했거늘 남자가 많고, 많이 태어난다 했다.
아주 옛날 옛적 아들 낳고 싶어 빌었던 수봉산, 도심에 우뚝 선 정말 이쁜 섬 같은 산, 첫 자가 물수에서 목숨 수로 불릴만한 이유를 시 속에서 찾아봄 직도 하구나.
김학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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