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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특성상 전쟁을 다룬 영화들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다. 전쟁이라는 것이 적군과 아군이 분명하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 아비규환의 지옥이기에 그 부자유는 당연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고통 받는 대다수의 국민들 속에서 이데올로기적 자유의 표현은 그 어떤 형태던 간에 매국이며 배신자며 죽일 놈이 되는 것이다.
전쟁을 겪으셨던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로 나라가 채워져 가고 있는 근래의 전쟁 영화들은 이제 이 이데올로기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한국영화 천만 관객 신화의 대표작 강제규 감독,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인공에게 남한 국군이 되느냐 북한 인민군이 되느냐는, 동생의 안전 앞에선 아무런 고민도 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그의 선택 앞엔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적 신념도 무의미하며 무가치하다.
최근의 화제작 장훈 감독, 신하균, 고수 주연의 ‘고지전’도 마찬가지다. “6.25란 전쟁에서 적은 북한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였음”을 뱉어내는 배우들의 대사 속에 편가르기 식의 이데올로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 싸우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살아서 집에 가자!”는 외침이 전쟁의 실체가 무언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할 뿐이다.
‘음모자’는 뛰어난 배우이면서 똑똑한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작품답게 최근 전쟁관련 영화의 탈 이데올로기를 역이용한다. 소재가 2차 대전이나 베트남 전쟁보다는 덜 민감한 남북전쟁이기에 가능하기도 했겠지만, 영화는 북군의 승리의 정당성과 남군의 링컨 대통령 암살의 부당함을, 관객이 평가 불가한 절대적 가치로 전제하며 영화를 전개시킨다. 이 영화에서의 화두는 전쟁 중에 희생되는 군인들처럼, 전후 직후에 희생되는 이데올로기적 희생자의 불가피한 발생과 그 재판과 법 집행에 있어서의 정치인들의 지나친 개입 및 정치게임화이다. 진정한 음모자는 과연 누구인가. 대통령 납치를 계획하고 도주한 아들을 감싸주려는 헌신적인 어머니인가? 정치적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한 평범한 여인을 대통령 암살의 공범으로 만들어 목을 매달아 버리는 정치인인가? 그 정치인의 말대로, 과연 국가가 없다면 정당한 법 집행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오히려 정당한 법 집행이 없는 국가라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음모자’의 결정적 묘미는 배우들의 명연기. 영국 출신의 제임스 맥어보이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천사였던 로빈 라이트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훌륭하다. ‘음모자’는 ‘인 어 베러 월드’와 함께 올 해 필자에게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김정욱·영화공간주안,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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