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먹구름으로 많은 비를 뿌렸던 여름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색을 갈아입고 청명한 가을하늘의 자태를 멋내고 있다.
불과 한 두 달 전 집중호우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를 당했던 사람들도 가슴속의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겠지만 얼굴 표정엔 다시 삶을 이어가려는 다부진 모습과 또 이들의 정다운 이웃들이 공생의 수레바퀴처럼 앞 뒤에서 끌어주고 밀어주며 맞물려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모두가 너와나, 너희와 우리라는 거리가 없고 담장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엊그제 한가위를 지나 가을의 기운을 흠뻑 들이마시고 자연이 우리에게 준 1년의 결과물을 우리는 느끼고 먹고 듣고 호흡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가을 행복을 느껴보지 못하고 생존권을 걸고 거리에서 가슴을 메이며 뜨거운 눈물을 적시는 이웃들이 있다. 요즘 계속해서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숭의운동장 홈플러스 입점 관련 지역 상인들이다.
숭의전용축구경기장의 홈플러스 입점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오지 않고 수 개월간 홈플러스측과 지역상인들간의 대립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박우섭 남구청장을 비롯한 남구청과 우리 구의원들이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상권보호를 위하여 대형마트의 입점을 불허하고 있고 양측에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홈플러스측에서 제시하는 안과 전통상인들의 요구안과의 타협점이 나오지 않고 있고, 지난 8월30일 개최예정이던 유통상생업발전협의회도 제대로 개회조차 하지 못하고 결렬되고 말았다.
입점을 강력히 반대하는 측과 입점을 찬성하는 주민들 사이의 입장차 역시 갈수록 벌어진 채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렇더라도 어느 한쪽을 위한 일방적인 희생과 이익을 쉽게 결정지을 수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며칠 전 박우섭 남구청장이 양측간의 중재를 위하여 3가지 대안책을 내어놓았다.
첫째, 매주 수요일이 전통시장 가는 날로 지정되어 있어 홈플러스측이 매주 수요일 휴무를 하고, 둘째, 농수축산품 식품매장 면적을 40% 이하로 구성하여 전통 시장 주력 상품을 보호하고, 마지막으로 재래시장 전통시장 발전기금 9억원 기부 등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양 측이 선뜻 수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금 우리남구와 유사한 과정을 겪었던, 대형마트와 지역사회의 상생을 위한 협약이 추진되어 성공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잠깐 소개하여 우리도 한걸음 진전된 방안을 강구해봄이 어떨까 싶다.
지자체가 나서서 대형마트들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구시와 대전시, 전주시 등은 대형마트들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개별 대형 마트들과 지역기여도 로드맵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는 삼성홈플러스와 △매년 중소기업 생산제품 구매액 일정비율 늘리기 △홈플러스 전단 홍보지 제작 지역업체 발주 △매년 10%이상 지역 주민 고용 늘이기 △연간 56억 원대의 시설폐기물 관리를 지역업체 위탁 △정기적으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개최 △어린이집 개보수,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 등 문화행사개최 △매년 20억 원 규모의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 개설 등을 내용으로 한 지역기여도 로드맵 맺었다.
대전시 중구의 경우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유통정보 공유, 홍보 이벤트 사업 △고객 서비스, 상품 진열, 위생관리 등 상거래 관리기법 교육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 이용, 쇼핑카트 공동 사용 △지역상품 구매 및 판로개척 및 공동 물류화 추진 △상생발전협의회 구성(대형유통업체 지점장 및 실무자와 재래시장 대표, 관계공무원 등 8명으로 구성)을 명시, 협약식을 체결했다.했다.
또 전주시와 삼성홈플러스와 협약에서는 △지역인력채용 △지역농축수산물 50%이상 할당 △임대매장 지역 주민 입점 △자금 역외유출억제, 임대매장 지역주민 입점△지역용역업체 선정 △교통 혼잡 대책 마련△바이전주 상품관 설치로 지역상품 판매 확대 등을 명시했다.
위 3개 지역은 협약체결 이후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이 상호 협력을 통한 상생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형마트와 지방자치단체, 재래시장 상인 등과 협력적인 논의 테이블이 부재하고, 출점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만 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령 합의가 도출되고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다 할지라도 개별 점포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재량권의 제약으로 실효성 있는 협약과 실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앙 본사차원의 정책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지역법인화 사업 등도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 전국적인 표준화된 협약안을 만들어 내는 것과 함께 특정 업체와의 협약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진출하여 있는 모든 대형마트와 지자체, 재래시장,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포괄적인 상생협의회를 구성해야 약속 이행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 남구는 앞서 언급했던 홈플러스 문제 뿐 만 아니라, 도시재개발, 제물포상권 몰락 등 도시의 발전 저해과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인하여 주거환경과 생존권 문제에 봉착되어 있는 주민들의 불만과 갈등이 내포되어 있다.
넓은 바다에서 어망을 통해 생선을 잡는 어부 부표하나를 건져내고 그물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마침내 어망의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쁨을 맞이한다. 이런 기쁨 뒤에는 부표를 건져내는 사람, 그물을 다룰 줄 아는 사람, 뱃머리를 잡을 줄 아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평범한 사람들이 공동의 노력이 숨어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남구도 홈플러스 문제를 비롯한 도시 공동의 문제를 지역주민과 이해당사자, 관련 분야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나씩 하나씩 바닷속 부표를 건져내듯 다가가야 할 듯싶다. 한 걸음 앞으로가 아닌 한 걸음 뒤로 상호 양보하는 자세와 신뢰를 바탕으로 눈을 맞추고 머리를 맞댄다면 상생이라는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이 든다.
이제 9월이 지나 90일 남짓 후면 한 해가 또 흘러간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앞에 놓인 복잡한 상황의 현실들이 꼬인 실타래의 매듭이 풀어지듯이 해결되어 2011년 한 해가 저무는 날 남구민의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묻어나는 그런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