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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여기던 감독 우디 앨런이 이번에는 <미드나잇 인 파리>로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를 영화에 담았다. 지난 64회 칸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 영화는 우디 앨런의 국내 개봉작 중 가장 흥행한 <매치포인트>의 관객 수 12만8천명을 훌쩍 넘었고, 현재 30만을 넘는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마치 프랑스 관광 안내를 하는 듯 한 오프닝으로 시작해 약혼녀 아네즈(레이첼 맥아덤스)와 함께 파리를 방문한 할리우드 작가 길(오언 윌슨)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다른 관광객들처럼 파리의 명소와 유명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려는 아네즈와 다르게 파리의 뒷골목에서 과거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으려는 길. 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길은 자정의 종소리가 울리던 어느 골목길에서 1920년대 스타일의 ‘푸조’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그 시절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위대한 게츠비>의 스캇 피츠 제럴드, 작곡가 콜 포터, '블랙 펄'이라 불리던 프랑스 최고의 가수 조세핀 베이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과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 파블로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까지. 감독은 그 외에도 많은 예술가들을 등장시키고, 언급한다.
그 과정을 통해 길은 그토록 동경하고 꿈에 그리던 예술가들을 만나며 자신의 소설에 활기를 갖게 되고, 심지어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사실 영화의 시작부터 우디 앨런이 보여주는 파리의 명소나 많은 예술가들은 미국 현대 문학과 근현대 미술사 등 기본적인 지식이나 상식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우디 앨런은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과 함께 최근 대중문화의 주요 코드라 할 수 있는 타임 슬립(Time Slip)을 소재로 가벼운 재미도 함께 제공하는 치밀함을 선보였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주인공 길의 시선을 가장한 우디 앨런의 파리 예찬론이다. 비에 젖은 거리, 석양이 걸린 세느강변과 오랜 건물 등 감독이 사랑하는 파리의 단면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파리’라고 외친다.
또한 모든 예술가가 생각해 보았을 과거에 대한 그리움, 예술의 노스탤지어를 눈앞에 펼쳐내 현실로 만들어준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의 삶보다 과거가 더욱 찬란했을 것이라는 동경, 이는 비단 예술가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갈망하며 살고 있는지, 그 욕심에 나도 모르게 잃고 있는 것은 없는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우디 앨런은 말하고 있었다. 과거에 대한 욕망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모든 정답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디 앨런은 뉴욕 사회의 이면을 비꼬거나 뒤집는 그 특유의 화법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2008년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 이어 <미드나잇 인 파리>까지 작품의 배경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왔다. 물론 이 둘 모두 ‘도시’를 중심으로 했다는 특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유독 <미드나잇 인 파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디 앨런이 보여주고자 하는 한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성, 지역의 문화가 절묘하게 조합되었기 때문이다.
노골적이지만 노골적이지 않은 영화적 화법으로 도시와 지역의 관광산업을 연결한 이러한 시도는 이태리 로마를 배경으로 한 다음 작품 <투 로마 위드 러브>에서도 계속된다. 시간을 초월해 파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우디 앨런이 과연 로마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까? 그의 상상력이 펼치는 로마 여행 또한 기대해본다.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프로그래머/관장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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