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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도 휴강없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벨리댄스 교실의 춤꾼들은 모두 시각장애인들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1시간 30분씩 3달이 넘게 연습한 결과 이제 강사의 구령에 맞춰 여러 가지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 이전 불과 3달 전만해도 이들의 몸은 소위 말하는 ‘나무토막’ 같이 매우 뻣뻣했다.
“앞이 안 보이니까 아무래도 움직임이 조심스럽고 웬만해서는 덜 움직이면서 살았죠.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굳어 있었어요. 벨리댄스는 허리 움직임이 생명인데 초기에는 허리가 맘처럼 안 돌아가서 혼났어요.” 현재 최고의 유연성을 자랑하는 이애란씨도 입문 초기에는 뻣뻣한 몸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뻣뻣한 몸으로 유연성의 상징인 벨리댄스를 출 수 있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한정금 강사다.
한정금 강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친구의 부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처음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일반인들을 가르칠 때는 주로 동작을 시연하며 저를 보고 따라하라고 하면서 가르쳤는데, 춤 동작을 보실 수 없는 이분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이 앞섰거든요.”
시각장애인들을 가르치기 위해 한정금 강사가 선택한 방법은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몸을 직접 만져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현정씨는 “저희가 시각장애인이고 같은 여자라고 해도 자기 몸 이곳저곳을 만지고 더듬고 하는 게 좋지만은 않으셨을 텐데도 선생님이 기꺼이 저희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셨죠. 앞이 안 보이니까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을 선생님 덕분에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40대부터 70대까지의 수강생들에게 한정금 강사는 춤 선생님이기 이전에 살뜰히 챙겨주는 언니이고 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앞이 안보이는 수강생들에게 벨리댄스 복장을 입히는 것부터 에어컨이 잘 나오는 시원한 곳으로 자리를 안내하고 음료수를 챙기고 춤을 가르치고 강의실 뒷정리를 하는 것까지 모두 한 강사의 몫이다.
한정금 강사는 “아무래도 시각장애인 분들을 가르치는 일이 체력적으로 더 힘이 들죠.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이 커요. 벨리댄스 배우시면서 다들 표정도 밝아지고 예뻐지고 몸도 건강해지셨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사의 말대로 수강생들은 벨리댄스를 시작하면서 다이어트와 자세교정 등의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
수강생들 사이에 ‘반쪽이 됐다’는 부러움을 사는 김순희씨는 “여기 오기 전에 제가 99사이즈였거든요. 지금은 전에 입던 옷 하나도 못 입지요. 뚱뚱하니까 잘 안 움직이려고 하고 그러니까 살이 더 많이 찌고 혈액순환도 잘 안 됐는데 몇 달 만에 이렇게 달라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라며 강사에게 ‘정말 그렇게 많이 달라졌느냐?’며 날씬해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받았다.
벨리댄스는 자세교정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웅크리고 있거나 엎드려 있어서 상체가 앞으로 굳어진 경우가 많은데 벨리댄스가 자세를 곧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앉을 때도 저절로 허리가 곧게 펴지더라고요. 우리 앉은 거 한 번 보세요. 자세가 정말 바르지 않나요?” 모점순씨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로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은 기자 한 명뿐이었다.
그 밖에도 벨리댄스를 배운 후 수강생들 모두 뱃살이 들어가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은 기본이고 쥐가 자주 나던 증상이 해결됐다는 분도 있었고 물리치료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분도 있었다.
비록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멋진 춤 동작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이지만, 그들은 몸으로 느끼는 변화를 통해 벨리댄스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그들에게 벨리댄스는 성취감을 주는 취미생활이자 건강을 지켜주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활동이다. 이들은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연말에 공연을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하지만 행정적 지원 문제로 이번 교육은 가을에 끝이 난다며 아쉬워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다가온 벨리댄스 교실이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광역시 시각장애인 복지관(☎876-3500)은 학익동 709-1에 소재하고 있으며 시각장애 극복, 재활·자립, 사회통합화를 목적으로 시각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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