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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가 있다. 이름조차도 알 수 없는 그녀는 한 젊은 남자를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 그렇게 두 남녀의 만남은 시작된다. 신체 보험금을 담보로 채무를 받는 이 남자, 강도(이정진)는 평생을 홀로 자라왔다. 그런 그에게 엄마라는 여자가 나타났다. 너를 버려서 미안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강도의 일상을 침범한 이 여자는 그토록 부정하고 살아오던 모성애의 그리움,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피에타>는 이 불분명한 정체의 두 남녀의 회색 빛 일상을 감정 없이 따라간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 최고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로는 최초의 수상이자, 김기덕 감독 그 본인에게도 우여곡절을 겪고 재기한 쾌거라고 볼 수 있겠다. 감독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한 채 살아왔다. 후배 감독과의 불화나 제작, 배급과 관련 소송 등 복잡한 갈등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한국 영화계의 이단아 혹은 마이너리티라 불리며 대중적 코드와는 전혀 다른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파란대문>, <섬>,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사마리아> 등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들을 통해 이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인간의 본성을 끄집어냈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불편한 화법은 거칠고 날 선 연출 방식과 어우러지며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으며 마니아 층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극도로 억압적인 여성의 표현과 폭력적인 인물의 전개 등으로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번 작품은 베니스 영화제의 수상과 별개로 관객들의 작품평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청계천을 배경으로 허물어져가기 직전의 작은 공장들. 생계를 위해 사채를 쓰고 결국 자신의 고통으로 그 빚의 굴레를 벗어나는 사람들.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 뒤에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서울 하늘 아래 이중적인 모습이 보인다. 화려한 주상복합 형태의 빌딩과 대기업이 만들어냈을 고층건물들. 감독은 이러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여러 인물들의 자살과 분노, 삶의 절망 등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 강도가 느끼는 죄책감과 희망이 뒤엉키며 전개된다.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던 영화 속 감정은 결국 용서를 만나며 종지부를 찍는다. 그것도 아주 잔잔하게 마지막을 보여준다.
<피에타>는 매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에게 논란을 일으키던 김기덕 감독 특유의 색깔이 연하게 베어있다. 대중과 호흡하고 대화하는 모습이 영화의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 속에는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밑바닥이 적나라하기에 불편한 지점이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냄에 있어 감독의 일관된 작가정신은 영화의 호 불호를 떠나 존경 받아 마땅한 면이라고 본다. 특히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경우라면 자신의 연출 방식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피에타>의 수상 소식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의문을 갖거나 지적을 해도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꾸준한 노력을 보여온 김기덕 감독의 고된 세월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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