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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게 있어 인간은 수많은 생명체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과학과 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자신들의 나약함을 잊고 사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비스트(Beast of the Southern wild)>는 자연과 공존해야 할 우리 스스로의 반성과 성찰을 아름다운 영화적 기법으로 돌아보게 한다.
세상의 남쪽 끝, 그 곳에는 남극의 빙하가 녹아 땅이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방이 있다. 그리고 그 밖에는 세상에 버려진 ‘욕조(The Bathtub)섬’이 있다.
현대문명의 삶을 거부한 채, 자연과 공존의 삶을 선택한 이들이 즐겁게 살고 있는 이 작은 욕조섬에는 허쉬파피라는 어린 소녀가 아빠와 있다. 욕조섬에서는 제방 너머 높은 공장 굴뚝의 연기만이 보일 뿐이다. 회색 빛 차가운 굴뚝이 맘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하루하루가 즐거운 축제의 연속이다.
그러던 어느 날, 허쉬파피의 아빠가 희귀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게 되고, 홀로 세상과 맞서야 할 어린 딸을 위해 엄한 교육을 시작한다. 병을 숨긴 채 어린 딸의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아빠와 아직 어리광을 부려야 할 나이에 아빠의 꾸중에 속상한 딸. 아빠와 다툼 중, 허쉬파피는 큰 사고를 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된다.
세상에서 소외된 작은 섬, 이곳에 살고 있는 한 소녀의 시선으로 영화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삶에서 언젠가는 겪어야 할 홀로서는 방법을 아빠의 죽음과 더불어 빙하에 갇혀있는 커다란 괴물 ‘오록스’ 전설로 보여준다.
 <비스트>는 여러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선댄스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는 감독상, 작품상 등 주요 4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벤 제틀린 감독은 젊은 예술가들의 민중독립영화제작단체인 ‘코트13’의 창립멤버로 첫 연출작에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영화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자연의 힘과 어린 소녀의 불완전한 시선, 황폐한 늪지대를 표현해 거칠지만 사실적인 화면을 연출해냈다. 또한 태양과 바다, 하늘 등 자연의 모습을 활용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적절히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벤 제틀린 감독이 그려낸 욕조섬은 당연히 판타지 속 가상의 공간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 실존하지 않는 공간 속에서 현실의 우리를 마주하게 한다. 우주의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자연이 보여주는 그 위력과 이를 해쳐나가야 할 우리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리즘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다.
<비스트>는 허리케인과 석유 유출로 폐허가 된 미국의 뉴올리언스의 한 늪지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가상의 공간이었던 욕조섬은 결국 실존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한 어린 소녀의 성장 영화로만 정의하기에는 이보다 더 큰 의미를 내포한 영화 <비스트>, 아이의 눈빛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내야 하는 훌륭한 예술작품이다.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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