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머니>는 작년 2011년 9월 3일 아들의 품으로 돌아가신 고 이소선 여사의 마지막 2년을 담은 영화이다. <필승 연영석>, <당신과 나의 전쟁> 등 지속적인 노동운동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던 태준식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 영화들과는 다른 객관적이고 담백한 시선을 보여준다. 물론, <당신과 나의 전쟁>의 쌍용 자동차 파업과, <어머니>의 이소선 여사라는 영화의 소재는 그 이야기 과정이 다를 수 밖에는 없다. 쌍용 자동차 파업은 내 일이 아니면 남의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소선 여사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셨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모든 이들은 고 전태일 열사에게 빚이 있다. 그는 노동자만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대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분신한 그의 행적에, 우리의 현재 삶은 적든 많든 덕을 보고 있다. 고 전태일 열사가 빚을 진 유일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일 것이다.
영화는 플래쉬 백 스타일로 여사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2년 전으로 돌아간다. 시간을 거스르며 점점 생기를 더해가시는 모습에 영화도 함께 활기를 더하지만, 그 말미에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아들과의 약속을 피멍으로 새기는 여사의 쓰라린 아픔이 있다. 80이 넘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살아온 얘기를 귀 기울여 듣노라면 묘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스로의 고통과 슬픔의 개인사를 마치 타인의 이야기를 하듯 덤덤히 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 이야기의 박자와 추임새는 젊은 사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높낮이와 강약으로 이루어져 듣는 이를 절로 빠져들게 하지만, 여전히 3인칭의 객관적 거리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자기 인생에 대한 관찰자적 시점과 역시 자기자신에 대한 반복적인 말하기로 인해 생긴 관성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인생을 언급할 때만 해당될 뿐, 자식의 아픔과 죽음을 얘기할 때는 전혀 다르다.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고 많은 일들이 옛일로 묻혀가고 잊혀가도 자식의 마지막을 말하는 어머니의 가슴엔 매번 새로운 피멍이 맺히고 매순간 새로운 피가 토해 나온다.
지금 우리에게 대한민국에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계셨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기억을 돕는데 큰 역할을 해준 이 영화에 가슴 깊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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