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큰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효자종목 노릇을 톡톡히 하는 스포츠가 있다. 그 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으로 사격을 빼 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사격 실업선수단은 남녀 팀을 모두 합쳐 30여 개 뿐이다. 그것도 몇몇 기업과 은행을 제외하고는 각 시청이나 구청, 경찰청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이다. 인천 역시 남구청 여자 사격선수단이 남녀를 통틀어 유일한 실업팀이다.
남구청 사격선수단은 20여 년 전인 1992년 창단했다. 구청 실업스포츠단 창단을 놓고 여러 종목을 고민하다 중고등학생 선수층과 당시 남구 관할이었던 시립사격장의 활용 등을 이유로 사격 선수단이 낙점된 것이다.
남구청 사격선수단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있다. 타 실업팀보다 다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강산이 두 번 변한다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선수단을 지킨 양광석 감독이다.
양광석 감독은 고등학생 때까지 마라톤 선수로 활약하다 다소 늦은 나이인 대학생 때 사격에 입문했다. 하지만 마라톤을 하며 다져진 정신력과 심폐기능은 사격에 큰 도움이 됐고,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그는 심판자격증까지 갖춘 사격 감독으로 살아가고 있다. 양 감독은 인천제철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후 제물포 고등학교에서 4년간 지도자의 길을 걷다 남구청 초대 감독직을 맡았다. 창단 멤버인 그는 남구 유일의 실업팀인 사격선수단의 살아있는 전선인 셈이다.
그동안 그가 배출해 낸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성장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고, 실력 향상과 더불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이적한 이들도 적지 않다. 양 감독은 “많게는 지금 연봉의 3배 이상을 받고 이적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초반에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에 선수들을 붙잡아 보기도 했지만 프로이고 또 선수마다 각자 사정이 있을 테니까 이적을 막을 수만은 없더라고요. 반대로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남아주는 선수들도 많아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선수들이 더욱 더 기량을 발휘하고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가르치는 걸로 빚진 마음을 대신해야죠.”라며 지도자로서의 고통을 털어놨다. 사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의 깜짝 금메달리스트로 각광을 받은 김장미 선수도 고등학교 때 양감독의 눈에 띄어 남구청 입단을 약속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선택을 바꾸었고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1위를 기록한 선수 또한 올해 다른 팀으로 이적한 아픔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의리와 정을 선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양감독과 오랜 인연을 쌓으며 다른 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남구청에 남아 준 대표적인 선수로 김정미선수가 있다. 그녀는 1998년 소총 선수로 입단해 지금은 선수겸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김정미 선수는 25년 사격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남구청 사격선수단은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질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더욱 더 힘을 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때문에 지난해부터 내년 봄까지 불편을 감수하고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사용될 옥련사격장이 한창 공사 중 이어서 멀리 경기도 화성 종합사격장으로 매일 훈련을 떠나고 있다. 인천의 숙소에서 화성까지 왕복 3~4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고, 시간 절약을 위해 교통 혼잡을 피하려다 보니 점심 식사도 오후2시 이후로 미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다. 양 감독은 “전력 이탈을 감안해 올해 목표는 10개 대회에서 3회 이상 우승을 하고, 또 선수단의 30%가 2014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남구청 사격 선수단은 지난해 8개 대회에서 대회신기록을 비롯해 단체 우승 4회 준우승 8회, 개인 우승 4회와 준우승 6회 등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양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그 이후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최첨단 경기장이 완공되면 2014년 이후에 사격 월드컵 유치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국제적 실력을 갖춘 최고이니만큼 나라 안에서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다.
유수경 기자 with0610@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