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홍상수 감독의 14번째 영화이자 신작이다. 세계 최대 영화제인 칸느의 단골 초청 감독인 그에게 이 작품은 칸느,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식 초청까지 받게 하였다. 작년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기에 두 감독의 세계영화제 행보는 실로 파죽지세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소수의 스텝들을 데리고 짧은 시간에 다작을 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감독의 작품 스타일은 상반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다. 항상 인간과 삶에 대한 고통을 밑바닥 인생들을 통해 강렬한 비쥬얼로 보여주는 김기덕 감독에 비해, 홍상수 감독은 언제나 지식인들의 가식과 거짓을 즉흥적 상황과 우연을 통해 드러내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뤄왔다. 전자가 ‘두보(杜甫)’ 스타일이고 후자 ‘이백(李白)’ 스타일이라 칭하면 좀 너무 과장한다 싶을까? 사실 내용과 함께 시각적으로 굉장히 불편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우습지만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세계 최고의 영화제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독창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3년 한국 영화계는 새로운 천만 영화 <7번 방의 선물>과 7백만을 넘은 <베를린>, 그리고 3백만을 넘으며 현재 국내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세계>로 한국영화 최고의 전성 시기를 누리고 있다. 필자도 세 영화 모두를 흥미롭게 봤고 개인적인 장르 취향상 <신세계>와 <베를린>은 재미있게 봤음을 시인한다.
하지만, 한국 상업영화라는 게 걸작 세 편 정도를 적당히 잘 섞어 한국상황과 트랜드에 맞게 척척 비비면 흥행한다고 하지만! 하늘아래 새로운 건 없다지만! 영화가 업인 필자의 눈에 겹쳐 드러나는 영화의 제목들은 ‘영감(Inspiration)’ 이나 ‘오마주(Hommage)’ 같은 용어들로 치장하기에는 너무 적나라했던 것이 사실이다. <베를린>은 줄거리, 캐릭터, 액션 씬 모두 <본 시리즈(The Bourne Identity, Supremacy, Ultimatum, 미국, 2002, 2004, 2007)>의 한국판이기에 많은 영화를 언급할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교도소의 여성 죄수들을 다룬 한국영화 <하모니>의 한국판을 떠올리는 <7번 방의 선물>의 후반부에서 <인생을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이탈리아, 1997)>가 보이는 것은 귀엽다 할 정도였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영화를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꼭 독립영화, 예술영화 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다양하고 독창성 있는 다른 많은 한국영화들도 같이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좀 투덜거렸을 뿐이다.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지슬>, <미스진은 예쁘다>, <1999, 면회>, <모래가 흐르는 강>, <굿바이 홈런> 등 2013년 상반기 볼만한 한국의 영화들은 다양하다.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미추홀구 나이스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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