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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은 근로자의 날(5/1),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입양의 날(5/11), 스승의 날(5/15), 성년의 날(5/20), 부부의 날(5/21), 실종아동의 날(5/25) 등 일년 중 가장 많이 가정과 가족을 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특히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입양의 날은 국내 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입양촉진및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2006년부터 매년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해 보건복지가족부가 관리하고 있다. 또 매년 5월 25일 실종아동을 기억하고 가정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희망하는 날로 되새겨볼만한 기념일이다.


온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며 단란하게 살아나가는 가정이 많지만 저출산, 고령화 속에 급속한 가족 해체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2010년 인구조사결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5.3%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2·3·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모 제약회사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가정형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8%가 3세대 이상이 사는 대가족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유는 정서적인 안정과 자녀의 예절 등 교육적인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응답했다.
현재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정일 정도로 빠르게 핵가족화 되고 있는 이면에는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편부 편모가정, 조손가정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남구는 현재 홀로 사는 75세 이상 1인 가구 수가 4,960가구로 집게 되고 있다.

<빛>
한지붕 대가족 서로 배려 속 따뜻함 ‘물씬’

지난해 효부상을 받은 김은선(48, 남구 학익동)씨 집에는 3대가 모여 살고 있다. 올 해 80세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남편과 두 아이들까지 총 여섯식구이다. ‘다하군가’(하례할 일이 많은 가정)를 가훈으로 1.4후퇴 때 북에서 넘어온 시부모님은 근면 성실하게 1남 2녀 자식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효부상을 받은 며느리 은선씨는 처음 결혼해서 시부모님과 5년여를 살다 잠시 분가하여 재작년 시어머니의 병환을 계기로 다시 합가했다고 한다. 핵가족에서 초핵가족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은선씨 동네에서는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옛 국민주택이 즐비한 동네는 두 부부만 살거나 홀로 사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재작년 합가를 결심한 은선씨는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적 측면, 시부모님의 노후를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합가를 고민하거나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은선씨는 “어른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 건강할 때 함께 살아야 아이들 기억에도 건강한 할아버지할머니를 기억하게 된다. 정서적으로나 인성적으로 더없이 좋다.”고 좋은 점을 열거했다. 현재 은선씨가 가게보탬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가게는 동네 노인들의 애환을 주고받는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시어머니 황수덕(75세)씨는 며느리와 손주들이 삶의 큰 힘이라고 강조하면서 뭐든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했다. 동네 노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는 황씨는 대가족이 모여 살면 말조심이 가장 첫째라고 한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도 살다보면 저절로 생기고 손주들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노후에 더 바랄것이 없다며 며느리와 손주들 자랑이 끝이 없다.

은선씨 아들 박인수(고교 3)군은 다음에 결혼하면 이런 대가족으로 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런 손주를 바라보는 노부부와 김은선씨 부부의 모습에서 양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관교동 딸부잣집으로 유명한 유명순할머니(80세)의 집. 지난해부터 15개월 된 증손녀를 돌보고 있는 유할머니 자녀들은 딸만 넷이다. 그중 딸만 셋을 낳은 큰딸을 비롯하여 자녀들은 모두 출가하여 근처에 일가를 이루고 사는데 유할머니는 직장 생활하는 딸들을 대신하여 증손녀를 비롯 외손주들을 모두 길러냈다고 한다. 네 명의 딸들은 주말마다 모여 화목을 다지기도 하고 육아 정보도 주고받는 등 똘똘뭉친 가족애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가족들은 주중에도 스마트폰 카톡 그룹 채팅을 통해 서로 안부를 물으며 기쁨과 슬픔은 함께 한다.

유할머니는 “젊어서는 딸을 많이 낳아 서러웠지만 증손녀 둘, 손주손녀 일곱, 딸 넷과 함께하는 여인 군단이 든든하다.”며 밝게 웃으신다. 독거노인의 고독사, 가족간 소통 부재로 인한 크고 작은 사회 문제로 어수선한 현대 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다.


<그림자>
가족해체 후 노후 나홀로 쓸쓸한 삶 ‘절망’

용현동에 사는 박기영(70세) 할아버지는 올 해도 혼자 5월을 보내야 한다. 어버이날이라고 몇 년전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딸과 아들이 간간히 다녀간 것 빼고는 아들 얼굴을 본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나마 부평에서 사는 딸이 한 달에 한번 정도 찾아와 반찬을 놓고 갈 뿐, 단칸짜리 쪽방에서 떠들썩한 5월을 보내야 한다.

박할아버지는 한때 작지만 빌라 한 채도 있었다. 일자리도 있었고 아내와 딸과 아들 둘도 있었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박씨를 자녀들은 멀리하였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세상을 뜨자 자식들과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살던 집은 밀린 대출 이자와 공과금으로 인해 경매로 넘어가고 그나마 인심 좋은 동네 통장의 도움으로 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성격이 난폭해지고 동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기피인물이 되어갔다. 한때 수급자였지만 자식이 있다는 점 때문에 다시 비수급자가 되었고 최근에는 치매기마져 있는 상태로 폐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할아버지는 곰팡이 투성이인 쪽방에 규칙적으로 찾아와 주는 사회복지사와 동네 통장, 봉사단체 회원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한다. 곰팡이와 냉기가 가득한 방안에는 찌든 이불과 차디찬 밥덩이와 김치 한접시가 전부였다. 박할아버지는 어버이날에는 꼭 아들들이 찾아와 주길 고대하지만 바쁘면 못와도 괜찮다고 미리 배려한다.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딸과 함께 살았던 오옥희(48세)씨. 아들은 고교를 졸업하자 군대를 자원입대했고 사춘기 딸은 엄마를 외면하고 밖으로만 돌자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오씨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홀로 남은 딸은 그제서야 엄마의 빈 자리를 실감했고 갈 곳이 없어 동사무소 복지사의 도움으로 친척집에 잠시 의탁하고 있다. 고교 2학년인 딸은 “엄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 살아계실 때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기만 했는데 미안하고 죄송하다. 오빠가 제대하면 함께 살고 싶다.”고 애써 웃음을 지었다.

새벽 0시, 평소와 마찬가지로 황00(75세)씨는 폐지를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한참을 수거하는 중 어딘가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들려와서 살펴보니 커다란 박스속에서 나는 소리였다. 박스를 열어본 황씨는 질겁했다. 그 속에 연로한 할아버지가 담겨 있었던 것. 추위에 거의 죽어가던 노인을 119에 태워 병원으로 보낸 황씨는 그날 충격으로 일을 한동안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박스속에서 나온 노인은 며칠 후 숨을 거두었고 경찰은 범인으로 함께 살던 아들을 수배했다. 생계가 막막하고 노부와 함께 사는 것에 지친 아들의 패륜은 주변 이웃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사실 그동안 참 외로웠어. 세월이 흘러가면서 자식들은 다 내 주변을 떠났고 의지할 데라곤 오직 아내밖에 없어. 새벽부터 자정까지 하루종일 일을 해야만 했고 몸은 늙어 매일 졸리기만 하고, 사람이 참 그리웠는데...”
(강풀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중에서)

5월은 어느 때보다도 가족의 사랑과 따뜻함을 찾는 달이다.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 소외 받고 사회의 그늘에 가려 어렵게 살아가는 소년소녀가정과 독거노인, 해체가정 등을 둘러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이들에게 5월은 상대적 외로움이 더한 한 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향숙 기자 essaych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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