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청 정문 왼편 중앙교회를 지나 건널목을 건너 조금만 가면 제물포역에서 도원역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나게 된다. 이 도로를 건너 도원역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목공예 상점 사이로 들어 갈 수 있는 골목길이 있다. 이 골목길로 접어들면 목공예 상점과 철길 사이에 약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이곳이 숭의목공예마을이다. 바로 이 마을길에서 ‘수직정원’을 만날 수 있다.
‘수직정원’이란 말 그대로 수직으로 설치된 화단을 말한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집들 사이 골목길에는 집집마다 간단한 채소를 심거나 화초를 심은 화분들이 놓여있어 새로운 화단을 꾸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페트병을 이용한 화분을 창가나 벽면에 매달아 색다른 정원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화단과 ‘수직정원’이 어우러져 삭막한 도로와는 다른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골목길이 된 것이다. 이 ‘수직정원’ 길옆에는 조금 특이하게 생긴 의자들이 놓여있어 이곳을 지나는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이 골목길과 나란한 도로가에는 목공예 상점이 많은데, 예전부터 전국 유일의 목공예 상점 거리와 솜씨 좋은 목공장인들로 유명했다. 그러나 생활 가구의 많은 부분이 합성 목재로 대체되고, 따라서 목재 산업의 쇠퇴와 경기 침체 등으로 거리는 활기를 잃고 말았다.
이에 남구청은 20억 원의 사업비로 ‘숭의목공예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실질적인 지역 활성화를 위해 ‘숭의목공예 거리와 숭의목공예 마을 희망스쿨’을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운영했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니어 가드너 양성 강좌’를 기획하여 학산콜 강좌에 신청했고 선정되었다. 이 학산콜 강좌를 통해 익힌 솜씨로 다양한 형태의 ‘수직정원’을 만들어 골목길을 꾸미게 되자 목공예거리 상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즉, 목공예거리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를 만들어 낡은 의자가 놓여있던 마을에 선물하였다.
목공예마을의 반장인 김은순씨는 “멋진 의자들이 마을길에 설치되어 어르신들이 기뻐하신다”며 “주민들이 모여 수직정원을 조성하는데 이 의자들로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을에 선물한 의자는 목공예거리에 의자를 제작하러 온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전시품의 역할을 하고, 마을 주민은 의자를 자랑하는 등 목공예거리와 마을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이 협동을 통해 마을 경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 속에서 공동체 중심의 마을가꾸기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숭의목공예거리’라는 이름으로 특화됐다고 하지만 이곳을 지나기에 그리 쾌적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 길을 지나는 구민이라면 ‘숭의목공예마을’로 접어들어 ‘수직정원’이 꾸며진 골목길을 걸어 봄직하다. 이 마을을 둘러보고 간다고 해도 지체하는 시간은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 10분 동안에 이 마을 주민들이 평소 가꾸고 있는 화단과 어우러져 매달려 있는 ‘수직정원’을 보면 자신들의 집에서도 그러한 ‘수직정원’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리라 여겨진다. 또한 세상에 하나뿐인 의자에 앉아 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수 있을 터, 그리고 요즘처럼 이른 더위에 찬물로 세수를 한번 한 것 같은 상큼함을 맛보고 가던 길을 마저 가는 것도 그리 손해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서기 기자 dot5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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