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시저는 죽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거장인 ‘타비아니 형제’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1929년과 31년 생 형제인 이들은 1954년 <1944년 7월 산미니아토>로 데뷔하여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 걸작을 만들어 내는 지칠 줄 모르는 영화계의 거장이다. <파드레 파드로네>로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비평가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로렌조의 밤>으로 다시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쥔다. 2007년 작품 <종달새 농장> 이후 5년 만의 신작인 <시저는 죽어야 한다>가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드디어 두 형제의 ‘왕의 귀환’이 이루어졌다.
타비아니 형제의 작가적 역량을 떠나 이 영화가 전세계 영화계를 휩쓸며 큰 관심과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영화의 주연들이 중범죄자들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셰익스피어의 공연 <줄리어스 시저>에서 시저, 브루투스, 카시우스 등 로마의 영웅들을 연기하는 이들은 모두 마약, 살인, 조직폭력 등 중범죄로 이탈리아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14년 이상에서 종신형까지 선고 받고 복역중인 죄수들이다. 교도소 교화 프로그램의 하나인 연극 공연을 위한 연습을 통해 재소자이자 배우들인 이들은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할수록 과거의 스스로를 회상하며 돌아본다. 오디션부터 연습, 공연까지의 과정에서, 비전문배우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연을 펼친 재소자들의 갈등과 미묘한 감정마저도 카메라로 잡아낸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각색 영화들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줄리어스 시저>를 기본 구성으로 영화는 고대 로마사 영웅들의 모습에 현재 재소자들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드라마적 재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이루어낸다. 연극의 주인공들처럼 시저를 살해한 범죄자의 역할을 하는 재소자들은 더욱 작품에 몰입하여 공감하게 되며, 연습을 통해 스스로의 과거를 회상하며 분노하게 되고 결국 공연이 끝난 후 커다란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카시우스 역을 맡았던 ‘코시모 레가’는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은 죄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가 공연을 마치고 자신의 독방으로 돌아와 카메라를 바라보며 하는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예술을 알고 나니, 이 작은 방이 감옥이 되었구나!” 예술은 우리에게 이상의 세계를 보여주며 이끌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깨닫고 직시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지금 이 순간, <아이언 맨 3>의 통쾌함이 주는 ‘대리만족’보다 <시저는 죽어야 한다>의 통찰력이 주는 ‘자아성찰’이 더 가슴과 머리에 남는 이유이다.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공공누리 제4유형 출처표시 및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가능

* 본 게시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만족스러우신가요? 평가에 참여하시면 누리집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닫기
추천 기사
  1. 미추홀구 주민공동이용시설을 활용하세요!
  2. 특별한 복지행정, 미추홀구의 따뜻한 동행
  3. 제1회 미추홀구 AI영화제
  4. 미추홀구 '주안영상미디어센터'
  5. 예비사회적경제기업 '더 기쁨'
  • 구정종합
  • 의정소식
  • 복지/건강/생활
  • 문화/교육/인물
  • 칼럼/기고
  • PDF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