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사회는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사회적 기업은 사람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성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는 불가피한 것이다. 문제는 그 이윤 추구의 한계가 사회성을 초월해서 무한 질주의 상태로 가는 것이 문제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무한 경쟁의 틈새에서 조금 비켜서서 우리 주변과 우리 사회를 보다 훈훈하게 하고자 하는 기업도 있다. 그런 사회적기업의 전 단계로써 남구 예비사회적기업인 하이시티CIC을 찾았다.
남구 학익시장 뒤편, 음식점이 늘어 선 주차장 옆에 그리 작지 않은 단층짜리 건물이 있는데, ‘문화공간 송덕(松德)’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일반 영업집이라고 하기는 다소 이름이 묵중하고 공공건물이라고 하기는 뭔가 좀 가볍다. 내부는 사십여 평정도, 대 여섯 개의 탁자와 그에 따른 의자가 실내를 차지하고 있다.
찻집이나 카페 분위기지만, 냉장고에는 각종 음료와 맥주가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한방차를 비롯한 차가 준비되어 있다. 손님은 별로 없고 텅 빈 실내가 주는 넉넉한 공간감이 보는 사람에게 친근한 기분을 준다.
이곳이 남구 8개의 예비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하이시티CIC의 실질적인 사무실을 겸한 곳이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추구
이곳에서 만난 직원 조석환(32세)씨를 통해 하이시티CIC에 대해 알아본다.
우선, 가볍게 하이시티란 명칭에 대한 의미부터 물었다. HICITY로 표기되는 HI는 일차적으로 학익(동)의 영문 머리글자라고 한다. 그 머리글자의 의미를 확장하지 않아도 높다는 뜻의 high와 연결된다. CITY는 말 할 것도 없이 인천을 나타내는 것이고 보면, 지역성과 지향하는 이상을 함께 표출한 명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익동에 있는 회사로써 보다 발전된 인천을 구현해 보겠다는 바람이 담긴 것이라 여겨진다.
하이시티CIC는 이름처럼 선진화된 마을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이념으로 지난 해 11월 26일에 남구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참고로, 예비사회적기업은 지정받은 후 3년이 지나면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회적기업이 된다. 그러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 전에 이미 하이시티CIC는 두해 전부터 문화공간 송덕을 통해 전통 시장 및 마을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여 간간히 주민 참여형 이벤트를 펼치고, 평소에는 모임이나 휴식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여 왔다.
문화공간 ‘송덕(松德)’ 운영
하이시티CIC 대표 장정일(72세)씨는 남구 학익동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경영해 왔다. 장대표는 그간 도움을 준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공간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문화공간 송덕인데, 이곳에서는 차를 비롯한 간단한 음료와 맥주 등 그 외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심지어 음식을 들고 들어오거나, 주변 시장이나 음식점에서 주문하여 배달된 음식을 먹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도 주변 시장과 음식점의 활성화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야말로 지역 주민이나 상인들을 비롯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주차공간 바비큐 장소로 개방
문화공간 송덕 외에 하이시티CIC는 차량 54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어, 한 때 남구청에 무상 임대되어 운영된 적도 있는데, 시장과 주변 상점 이용객에게 30분 무료 주차 쿠폰이 제공되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작년에는 이 주차공간을 이용하여 주민들에게 바비큐 장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인터넷과 아파트단지에 전단지를 통해 홍보하였더니 주말마다 가족 단위를 대부분으로 30~40명의 주민들이 찾아와 여름밤 야외 잔치를 벌이고는 하였다.
아무래도 장소가 주차장이다 보니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어서 매주 토요일 저녁에 8인 기준으로 4팀 정도에게 자리와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마련해 주었다. 8월부터 10월 초까지 10회 가량 약 300~400명이 이용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용에 따른 비용은 쓰레기 처리 같은 환경 부담금 명목으로 몇 천 원을 받거나 때로는 무료로 이용하게도 하였다. 단지 고기나 야채 등 필요한 재료는 가능하면 학익시장이나 근처의 상점을 이용하도록 권유하여 재래시장의 활성화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이용해 본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금년에도 원하는 주민들이 있으면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금년에는 지역음악인이나 공연자 등과 연계하여 작은 공연회를 꿈꾸고 있다. 작년에는 영화를 상영하여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가지려고 계획했으나, 영화 상영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부딪혀서 그만 무산된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에 금년에는 방향을 바꾼 것이다.
사회인프라 확충 사업
또한 부족한 공공화장실이나 CCTV 등 사회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미 주위에 2곳의 개방화장실을 설치하여 지역 주민의 편의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학익시장 내에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많이 불편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생협이나 다른 협동조합과 연계하여 주차 공간 주위에 농경지를 조성하고 도시농업을 통한 지역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간단한 채소류를 재배함으로써 건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햇빛발전소 운영 계획
괄목할 만한 것으로는 금년에 문화공간 송덕의 건물 지붕을 이용해 30~50Kw 용량의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햇빛발전소는 파이럿트 플랜트의 성격을 띤 하나의 프로젝트로써, 이를 통하여 햇빛발전의 효율과 사업 가능성을 판단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의 시금석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는 향후 하이시티CIC가 추구할 사업 아이템 중에 하나로, 이를 위한 여건 마련이 한창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햇빛발전소 사업이 결실을 맺으면 에너지 빈곤 지역에 대한 지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큐베이터점포 사업
하이시티CIC가 펼치는 사업 중에 인큐베이터점포 사업이 있다. 이는 창업을 활성화하여 자활형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창업하는 영세기업에게 자생력이 갖춰질 때까지 무상 내지는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점포를 임대해 주는 사업이다. 이미 몇몇 기업을 상대로 실행해 본 바 있는데, 지금도 남구예비사회적기업 한 곳이 이용하고 있는 점포가 바로 옆에 있다. 말 그대로 자생력 있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파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누구든지 마땅한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꿈꾸지만 경제적 여건이 마땅치 않아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하이시티CIC을 찾아 볼만한 일이다.
이렇게 하이시티CIC의 사업 활동을 듣고 있는 중에 장정일 대표가 들어왔다. 장대표는 ‘사회적기업이라면 기본 목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 증대 효과는 물론이고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나아가 주민이 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관의 지원이 없으면 망가지고 마는 그런 기업이 아니라 수익 창출은 물론이거니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면서 하이시티CIC는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으로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이 되면 4인까지 직원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나, 현재는 2인만 채용하고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여 채용된 직원이 이곳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자질을 지닌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추가 채용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에서 지원되는 재원에 의한 단순한 인력 확충이 아니라 그 인력이 자생할 수 있는 계기 마련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러한 단계를 위해 끊임없이 개인적 투자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익보다 전통시장 활성화 추구
장대표도 지금은 그저 투자만 할 뿐이라고 얘기 했듯이, 사실 하이시티CIC는 현재 수익사업이라고는 주차장 운영 외에 다른 것이 없는 듯하다. 문화공간 송덕도 수익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무리 봐도 수익성 사업이 없는데 어떻게 꾸려 가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석환씨는 젊지만 넉넉한 웃음이 보인다. 당장은 주자장 수익이 전부지만 하다보면 앞으로 수익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우선은 이곳 전통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주변 상권이 살아나야 하는데 그 때가 되면 저절로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처음 영업점처럼 차렸을 때 주위 음식점들이 또 다른 경쟁 업체가 생기는 것 같은 상황에서 경계하는 인상을 받아 속이 상한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가 쌓여 지금은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든 점이 보람 있다고 한다.
또한 아직은 뚜렷한 효과를 가늠하기는 어려워도 그간 2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익시장의 활성화에 미미하나마 기여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은 보람이라고 했다. 이곳은 음식점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싸들고 와서 2차를 할 수 있고, 이곳을 통해 소개받아 음식점을 찾아 갈 수도 있는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누구든지 모임의 장소가 필요하다면 이용해도 좋다고 하니 마을 공동체의 한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다.
문의 : 하이시티CIC(☎875-2230)
이서기 기자 dot5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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