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8년부터 지난 6년 동안 나이스미추의 이 지면을 통해 수많은 국내외 예술영화, 한국 독립영화,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6년도 꽤 적지 않은 시간인지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 지면에 필자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마저 찾아왔다.
한국무형문화재 제82-나호 나라만신 김금화 선생의 삶과 예술을 다룬 <비단꽃길>은 필자가 영화공간주안의 프로그래머 일을 하면서 연차와 휴일들을 활용하며, 또한 주안영상미디어센터의 협조 아래 가능했었던 작품이었다. 나이스미추의 영화평을 시작한 그 다음해인 2009년부터 촬영을 시작하여 2011년에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2012년 초에 작품을 완성했으니 약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전통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고민하다 우연하게 제작자의 손에 들려 있던 김금화 선생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에 이끌러 선생을 직접 찾아 뵙고 시작하게 된 작품인데 대동굿이든 배연신굿이든 내림굿이든 굿이 있어야 촬영이 가능했기에 실제 촬영횟수보다 기간이 길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화는 신 내림이니 강신이니 하는 굿의 민속신앙적인 접근은 최대한 배제하고 순수한 전통예술로서의 굿, 예술가로서의 무당, 만신을 보여주려 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공연예술로서의 굿, 종합예술가로서의 무당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내에서도 전통공연으로서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오페라 같은 대형 공연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선생의 인터뷰로 진행된다. 현재 83세, 6.25때 고향 황해도에서 피난을 와서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해방 후에도 새마을 운동 때 미신타파로 몰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생하고, 무당이기에 원치 않았던 이혼, 사람들의 천시와 손가락질 등, 인천 강화의 금화당에 자리잡기까지 선생의 삶은 비단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근,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네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참고로 ‘비단꽃’은 선생의 이름 ‘금화’ 를 한글로 푼 이름이고 ‘길’ 은 그 분의 인생을 의미한다. 자서전의 ‘넘세’ 는 동생은 꼭 남자가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의 선생의 아명이다.
촬영 때나 상영 때 가끔씩 마주치는 일부 자칭 무속학자들의 관심을 받는 영화가 아닌, 굿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일반인들에게 굿이 가진 대중성과 오락성, 그리고 공연으로써의 예술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나아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공연기획자나 공연연출가가 선생을 찾아가 함께 대중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신명 나는 공연예술로의 굿을 상의 드린다면 이 영화는 그 할 도리를 온전히 다했다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