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라는 대중가요는 월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였다. 1964년부터 73년까지 파병된 우리 병사들의 숫자는 32만명. 미국은 정글제거와 시계(視界)확보를 위해 고엽제를 베트남 국토의 15%에 해당하는 170만 ha에 약 9,100만kg을 살포했다. 그 중 80%인 7,280만kg의 고엽제는 고스란히 한국군 지역에 살포되었다. 고엽제 속에 들어있는 맹독성 독극물인 다이옥신은 단 1g만으로도 2만명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 독극물이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참전용사들의 병마와의 전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2년 국가보훈처에 신고 된 고엽제 후유(의)증 피해자는 무려 13만 8,000여 명에 이른다. 남구도 현재 9백 50명 정도가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 10%는 상이용사이고, 나머지 90%중 40%가 등외로 구분되고 있다. 등외는 13개 질병으로 분류된 후유(의)증 중에서도 경미한 정도를 구분해서 ‘고엽제후유(의)증 등외’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고엽제후유증인 13개 질병 모두에 해당되지 않고 그 중 한 개의 질병에만 의료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기 인정된 질병에만 혜택이 가게 된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로 인정받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연금이 나오지만 나머지 고엽제 후유(의)증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유공자일 뿐 특별한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어떤 보상보다 13개 질병 모두 의료혜택을 받아 마음놓고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남구청 운동장 한편에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서 만든 남구지회 원춘식 지부장은 “고엽제 피해자의 평균 나이가 70이 다되어간다. 이들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국가와 정치권에서는 관심이 없다. 현재 구분하고 있는 후유(의)증 40% 정도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등급을 매기는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엽제전우회 남구지회에는 승합차 한 대로 9백명이 넘는 회원들의 위급시 출동이나 병원왕래 등을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구급약 정도의 의료장비만 있을 뿐 정작 고엽제 환자에게 중요한 산소공급기나 위급상황시 필요한 의료기구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월남 참전용사 천길명(68, 도화동)씨는 “너무 긴 세월동안 수많은 질병과 싸워왔다. 현재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간장질환, 전립선 등을 치료하고 있는데 매달 받는 수당으로는 약값도 안된다. 병원비만이라도 걱정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며 힘든 일상을 설명했다. 원 지부장은 현재 남구지부가 가장 열악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은 보훈회관을 만들어 9개의 보훈단체들이 모두 입주해 있는데 남구는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는 국가에서 주는 작은 혜택이지만 뭔가 지역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어 조직적으로 봉사활동과 야간 순찰 등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고엽제전우회 남구지부 회원들의 공통된 소망 한 가지는 사무실 내 식당운영이다. 현재 고엽제전우회 가족 중에 점심을 먹기 힘든 가정이 많다고 한다. 이들에게 따뜻한 점심 한끼를 제공해 주고 싶어도 재정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다행히 사무실 한쪽에 10평 정도의 공간이 있어 가능하지만 쌀과 부식 등 식재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용사들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이 매일 전쟁처럼 치러내는 고엽제 후유증의 고통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지나간 역사의 흔적이다. 결코 끝나지 않은 고엽제후유증과의 전쟁 속에서 이들이 치러내는 호국보훈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최향숙 기자 essaych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