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스타가 라디오스타를 죽였다는 노래가사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이 연극시장을 다 잡아먹어 버렸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 대중은 행복하다는 말도 될 수 있다. 마치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맞선과, 주르르 늘어선 미인대회 후보들을 놓고 신부감을 고르는 상황이랄까. 그런 가운데에서 미녀의 왕관처럼,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도구와 가죽을 쓰고 비슷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구두 한 켤레가 어느 것은 시장으로 가고, 어느 것은 페라가모의 인증이 찍혀 백화점으로 가는 현실은, 연극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그대로 보여준다.
명품은 바로 아날로그에 있다. 백번 양보해 사랑 고백은 카톡으로 할 수 있다 해도 프로포즈는 상대 앞에 무릎을 꿇고 눈을 보며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절실한 감성이 곧 연극이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연극 두 편을 초빙했다. 극단 글로브극장의 ‘동치미’와 극단 아름다운美의 ‘러브스토리’가 그것이다.
‘2004년 10월, 원로시조시인 김상옥님이 60년간 해로한 부인을 잃고 상심하여 엿새만에 따라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라는 작가 김용을 씨의 말처럼 함께 자식을 키우고 평생을 함께 고민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일상, 그리고 떠남을 그린 작품이다.
2009년 탄생하여 오늘까지도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을 순회중이며, 2013년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동치미’가 부모자식간의 애증을 그린 이야기라면, ‘러브스토리’는 노부부의 비밀스런 사랑이야기이다. 발랄하고 젊은 남녀로 만난 두 연인. 그들은 부모의 반대와 삶의 고난을 이겨내고 끝내 사랑을 이루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아내는 점차 기억이 사라져가기 시작한다. 남편은 심장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아내의 기억을 잡고자 고군분투하는데, 항상 변함없이 그 곁을 지키려는 모습이 눈물겹다. 그러면서도 대학로 연극답게 코미디를 잃지 않는 구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의 대학로는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이스트엔드를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연극의 본산이라 한다. 일 년에도 수백 편씩 연극과 뮤지컬이 창작되어 올라오고, 관객과 경쟁이라는 엄격한 체에 걸러져 극히 일부의 흥행작을 남기고 대부분 명멸해간다. 그런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이 두 편의 연극이다. 올해는 방송국의 유명 탤런트들이 참여한 새로운 구성으로 재창작되어 전국투어에 나선다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연극 ‘동치미’와 ‘러브스토리’는 좋은 위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과 망치 하나로 절벽을 뚫어 길을 낸 어느 노승의 전설을 기억한다.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을 믿고, 끝내 뚫리는 날까지 홀로 정을 치고 또 치는 작업이 곧 연극이다. 절망하는 순간 연극은 막이 내린다. 인생이 연극이라는 말도 바로 그 까닭이 아니겠는지.
아버지, 어머니... 가만히 불러만 봐도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날이 온다. 아직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면 고갯길에 잠시 차 한잔 하고 가듯, 꼭 한번쯤 보고 가시길 빈다. 무척 맛있는 차라는 것을 약속한다.
미추홀구 나이스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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