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시장은 2013년 2억 명의 관객 돌파와 함께 세계 6위의 영화시장으로 올라섰다. 물론 상위 18개의 영화가 총 관객 50%를 넘는, 소수 상업영화의 극한 쏠림 현상은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장기적인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임은 분명하나, 양적 성장이 성장 저하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좀 더 긍정적 토대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서 방향을 좀 다르게 한국영화를 제외한 외화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이 할리우드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상위 영화시장 국가들이 모두 자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로 채워져 있는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여기서 한국 영화시장에서의 할리우드영화의 관객수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뱀파이어나 좀비물의 흥행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는 점이다. 전세계 십대 소녀들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과의 로맨스 환상으로 앗아갔던 <트와일라잇 시리즈(Twilight SAGA)> 나 좀비와의 사랑으로 빠져들게 했던 <웜 바디스(Warm Bodies)> 같은 영화들이 한국에선 거의 모두 실패했다. 이는 영상미나 은유적 영상화법보다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시나리오를 선호하고 애니메이션을 성인을 위한 완전한 영화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관객들의 분명한 선호도와도 연관되어 있다. 하물며 내용적인 면에서 더욱 깊이 있는 주제와 화법을 좋아하는 예술영화 관객들에게 이런 흡혈귀물은 결코 반갑지 않은 장르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에도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이런 뱀파이어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거기에 <설국열차>의 개성 넘치는 차장 역의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과 “히들이”로 불리며 한국에 열혈 팬들이 많은 <토르 시리즈(Thor)> ‘로키(Loki)’역의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을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며 수백 년을 같이 해온 흡혈 연인으로 캐스팅하여 감독 특유의 영상미에 존재감 넘치는 배우들의 강한 연기력을 더하였다. 짐 자무쉬 감독은 전세계 영화광들을 흥분시킨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와 <다운 바이 로우(Down By Low)>, <커피와 담배(Coffee And Cigarettes)>, <데드 맨(Dead Man)> 등 미국 독립영화계가 낳은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 받는 멀티 아티스트이다. <고스트 독(Ghost Dog: The Way Of The Samurai)> 이나 <브로큰 플라워(Broken Flower)> 같은 상업적 접목의 시도도 있었지만 항상 그만의 특유한 영상미학과 독립영화 감성을 지켜왔다.
2014년 상반기 최고의 감각적인 영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시청각적 충격과 환희는 1월 25일(토) 오후4시에 영화공간주안의 <제9회 사이코시네마 인천>을 통해 맛볼 수 있다.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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