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에 소재한 인천체육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우렁찬 기압소리와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발차기로 초겨울의 한기를 이겨내는 선수들이 있다. 미얀마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 19명과 유일한 한국인 유웅조 사범이다.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19명의 이방인들이 도복을 입고 호구를 차는 모습은 열의가 넘쳐 진지하기까지 하다.
옛 버마인 미얀마 국가대표 태권도선수단은 18세부터 35세까지 선수층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미얀마 최고의 태권달인들이다. 남자는 품부터 미들까지, 여자는 품부터 웰터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인천시에서 2014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내걸었던 약속 중 아시안게임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약소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미얀마에서는 태권도가 초청받았다고 한다. 체류경비와 훈련에 드는 경비 일체는 시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시의 배려로 지난 9월에 입국하여 11월7일 출국하는 체류기간 동안 선수들은 훈련은 물론 인천의 발전된 모습과 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유사범은 말했다.
선수들은 다가오는 12월에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 대회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가장 큰 국제대회라고 한다. 원래 ‘2014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진행되는데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먼저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와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을 묻자 유사범은 선수들이 연습에 임하는 태도와 정신력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한국선수들과 대련하면서 실전에서 느끼는 감각을 배우고 직접 훈련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발차기 동작이나 태권도의 기본 정신을 스스로 체득한 결과라고 했다. 동남아인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질에서 많이 벗어나 실전과 같은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에 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사범은 3년째 미얀마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단을 맡고 있는데 지난 2005년에는 동남아시아 대회에서 은1, 동5개를 획득했다고 한다. 그는 대회의 목표는 언제나 금메달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 모두가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5년도에 한국외교통상산하기관인 koica(국제협력단체)에서 베트남으로 파견되어 태권도를 가르치다 다시 중국에서 7년, 지금 미얀마에서 3년째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다.
유사범만의 특별한 훈련법을 묻자 "미얀마는 불교의 나라다. 경쟁이 없고 느긋한 것은 좋지만 목표의식이 희박한 것이 흠이다. 태권도는 정신력이 기본이다. 1년에 한번씩 7일동안 절에서 명상을 하는데 선수들이 그 기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재충전을 하는데 힘이 든다"고 고충을 말했다. 가장 무서운 체벌은 될 때까지 반복해서 훈련시키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이는 많은 연습을 통해서 선수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훈련법으로 체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유사범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풀어가는 방법을 가이드해주기도 한다.
미얀마에서의 태권도의 위상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자리잡고 있다. 군인들이나 경찰들, 전국체육대회에서도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미얀마의 태권도 인구는 대략 12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태권도 국가선수로 발탁되면 국가공무원으로 자동 등록된다.
현재 행복지수가 101%라는 유웅조 사범은 어릴 때 가졌던 꿈을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초등학교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던 그는 전 세계로 나가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유사범과 함께 선수단을 이끌고 온 쪼단우 코치는 "한국에 나와서 제대로 된 태권도를 배워보는 것이 꿈이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와서 3년을 배우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았던 체육관이나 훈련 시스템이 잘되어 있었다. 나중에 미얀마 선수들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또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의 문화나 풍속까지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보던 주안5동 주민 김순옥씨는 이들에게 푸짐한 저녁식사를 베풀기도 했다. 김씨에 따르면 인천체고 운동장에서 낯선 외국인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고 연습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주안5동 자유총연맹 여성회장이기도 한 김씨는 요즈음 민주화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얀마의 정세를 보면서 선수들에게 더 애착이 간다며 작은 힘이지만 도울 수 있어서 뿌뜻하다고 말했다.
<최향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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