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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사기꾼에 勝訴 ‘쉼터’ 되찾아 기뻐

흔히 공원이라고 하면 국가소유의 부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기에 수봉공원의 일부가 개인 소유였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치열한 법정 쟁의끝에 지난 1월 31일 수봉공원은 국가소유로 등기 완료되었다. 공시지가 60억원, 시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6천 여 평의 수봉공원 반환소송을 승소로 이끌어 낸, 당시 남구 고문 변호사인 홍일표 현 정무부시장을 찾아 그간의 과정을 담아 보았다.

공문서 위조 완벽… 물증 확보 어려움
2심공방 16차례… 전국돌며 자료확보
습식·건식복사 차이 결정적단서 밝혀

- 사건의 발단은.

“제가 당시 남구청 고문 변호사로 있을 때인데, 수봉공원 내 시설물을 철거, 또는 보상하거나 대토해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어요. 깜짝 놀랐지요. 원래 국가 소유지는 그런 소송 문제가 없거든요. 그래서 내막을 알아 봤더니 송 모씨라는 사람이 수봉공원 토지에 관해 남구청에서 지방세까지 부과한 사실이 드러났어요. 6천 여 평의 토지가 사기꾼에게 넘어가 있었던 거지요. 남구청에서는 문제의 토지가 국가재산이 명백함에도 사기꾼에게 편취 당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그래서 고문변호사인 제가 이 사건을 맡게 되었고 인천 지법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 공원은 시민의 쉼터인데 어떻게 개인 소유가 될 수 있었는지.

“일제강점기 이후 급작스런 8.15 해방으로 인해 우리 땅이 일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게 많았어요. 수봉공원도 1939년 당시 일본인, 하야시 쇼우조우(한국명 임성삼 林省三) 명의로 되어 있던 것이 1948년 한미 협정에 따라 국유재산이 되었지요. 그러다가 1967년 사기꾼 오 모씨가 “임성삼은 한국인이었다"며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이 수봉공원 일부를 자신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 등기 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분할 판매했는데 1970년에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 승소 했었어요. 이 때 소유권 말소 등기는 했는데 국가 앞으로 이전 등기가 안 된 거에요. 50년 넘게 하야시 소유로 서류상에는 그냥 남아 있었던 거지요. 이걸 안 토지 사기꾼 송 모씨가 1974년에 자신의 부친이 임씨로부터 1974년에 매입했다고 매매계약서를 위조, 주소가 불분명한 임씨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판결을 받아낸 겁니다.

그리고 2002년 2월 송씨 명의로 수봉공원의 일부 땅을 소유권 이전 등기했습니다. 그 땅이 현재 어린이놀이터, 양궁장, 수림대 등의 6천여 평인데 앞에서 말씀 드린대로 2년 동안 지방세까지 납부했어요. 그랬다가 2003년 송씨가 남구청에 이곳들에 대한 철거 또는 보상 요구를 해 오면서 구청에서 소유권 말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 소송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

“변조한 공문서가 너무 완벽해서 위조를 밝히기가 힘들었습니다. 재적등본이 있고 주민등록등본도 있으니 공문서 등본을 떼어보면 증거법상 진실로 판명이 납니다. 심증은 가는데 위조된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서류상 하자가 없다보니 검찰수사를 요청했지만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비 협조적이었구요.

송씨가 아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위증을 했는데 증인을 찾아가면 도망치고 없어 이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어요. 2심에서만 16차례 공방이 계속 됐는데 송씨가 1심 때보다 더욱 치밀하게 조작된 서류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바람에 구청 공무원들과 제가 관악구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 날아다니며 변론 자료를 확보하고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 위조여부감정을 의뢰했지요.

위조 당시 교묘하게 복사를 했는데 그 종이를 조금 떼어내 지질 분석에 들어갔지만 막상 열고 보니 당시 다른 문서들도 중간 중간 새로 복사해 끼워 넣은 것들이 많더란 말입니다. 그러니 최근에 복사된 종이라 해서 위조라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날 건식복사를 했는지 습식복사를 했는지 과학수사연구소 의뢰를 해 그 차이를 밝혀낸 겁니다. 만약 습식복사와 건식복사의 차이를 발견해 내지 못했다면 국가 소유의 땅이 개인에게 넘어갈 뻔한 사건입니다. 이번 승소는 과학수사의 개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승소를 하고도 2년이 지난 다음에 국가소유로 등기가 되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사실 이 사건은 2005년 제가 남구청 고문 변호사로 있을 때 국가소유로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2년 동안 등기가 또 되지 않았더군요. 남구청으로부터 관리업무를 넘겨 받은 자산관리공사의 업무처리 지연과 위 1심 판결문만 가지고는 등기를 해 줄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최근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과거 소송기록을 찾고 자료를 보충해서 관계공무원에게 등기신청하게 하였던 바 올 1월 31일자로 국가소유로 등기를 마쳤습니다.

자칫하면 국가의 큰 손실이 될 사건이었던 만큼 보람을 느끼고, 이런 일이 계속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수봉 공원이 이제 국가소유가 됐으니까 별 걱정은 없습니다. 국가 소유로 관리해 오고 있는 땅들이 이번처럼 개인 소유로 등재된 것들이 또 있을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빠른 시일 내에 일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것들을 국가 앞으로 돌려놓는 일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국공유지 관리에 힘써야겠지요"

- 남구 주민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남구는 한때 구도심에 속한 곳이었지만 오늘날은 생활 여건이 불편한 곳에 속합니다. 다시금 구도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개발 중이니, 불편을 조금만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재생사업이란 난개발의 가능성이 많긴 하지만 체계적으로 공공용지 확보 등을 통해서 쾌적한 도시 개발에 힘쓰겠습니다"

일제 강점기로 인한 토지 소유권 분쟁은 우리나라 근대사와 관련되어 민감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랫동안 쌓여왔던 만큼 한 가닥씩 풀어나가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 미해결 문제로 방치되고 있는 사건이 대부분이다. 이번 수봉공원 승소 사건은 자칫 오류로 낙인찍힐 수 있던 사건을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인해 해결해 낸 대표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문화 유적지를 포함한 수봉공원은 도화동 AID 아파트를 철거하고 인공 폭포를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처로 거듭날 계획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거듭난 수봉공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우리 구민들의 관심 속에서 진정한 구민의 공원이 될 것이다.

<안저미 기자>
anmc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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