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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시들이 저마다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발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치고 문화도시가 아닌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문화도시'라고 하면 왠지 느낌이 좋기 때문일까. 하지만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 정작 문화도시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 ‘문화도시'라는 말은 그냥 이미지로만 존재하고 표어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문화도시에 대한 잘못된 이해 가운데 하나는 문화도시를 ‘문화예술'의 도시로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문화의 영역 가운데 ‘예술'장르는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한 시대나 국가, 혹은 지역의 문화가 응축되어 나타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대한 공연장이 있고 늘 공연과 전시가 개최된다고 해서 과연 문화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다. 1930년대 독일의 히틀러나 이태리의 무쏠리니와 같은 파시스트들이 자기들이 지배하는 도시에 웅장한 건물을 짓고 그 곳에서 최고의 문화예술 공연을 했다고 해서 우리는 그곳을 결코 문화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문화를 문화산업과 연결시켜 한류다, 미디어다 해서 특별한 존재로 대우하고 있다. 마치 문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하는 풍토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문화가 가진 창조적 생산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며 어쩌면 21세기 우리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문화로부터 나올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그것이 문화예술을 강조하건, 문화산업을 강조하건 본말이 전도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는 어느날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다. 웅대한 공연장이 생긴다고 해서, 혹은 거대한 문화산업단지가 생긴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그 공연장을 채울 내용과 그 공연을 정말 기쁘고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문화산업단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나는 문화도시는 작게 시작하되 꿈은 크게 갖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문화공간이 도심 곳곳에서 꽃피우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삶의 여가를 채울 수 있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그런 곳, 바로 그 곳이 문화도시로 가는 첫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처음 시작할 무렵에 그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는 씨를 뿌리는 일이다. 씨를 뿌린 다음날 열매를 맺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이 무성한 숲이 되려면 때로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결과는 그 시간과 노력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바꾸는 일이고, 삶이 바뀐다는 것은 모든 게 바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구는 2004년에 학산소극장을 개관하고 청소년미디어축제를 만들었다. 올해에도 다양한 기획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그런 일들이 몇 년 동안 꾸준히 추진된다면 마침내 인천 전체를 뒤바꿔 놓을 태풍이 될 것이다. 문화 황무지 인천을 혁신시킬 행복한 문화태풍이 불어오기를 기다려 본다.

|이 현 식 문학평론가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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