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서진숙(주안8동)


아이가 수줍게 내밀고 간 알록달록한 색지 한 장. 그 위에 제 손으로 만든 빨간 카네이션이 곱게 접어져 있고 카드 안에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온갖 잘못을 반성하는 글과 앞으로는 말 잘 듣고 효도하겠다는 맹세도 담겨 있다.
녀석,, 고맙다는 말도 건네기 전에 저만치 달아나며 ‘사랑해요’ 한다. 내가 학부모가 되어 꽃을 받으니 가슴이 뭉클하다. 뱃속에 품었을 때 태교를 못해주어 늘 미안했고 세상에 놓았을 땐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뇌도 했었는데 어느덧 이제 다 키웠구나 싶은 열 살이 되었다.
이날이 아니어도 우리는 늘 ‘부모'라는 단어를 가슴에 담고 산다. 부모님 역시 나이 든 자식을 대할 때에도 언제나 걱정하고 조바심을 내신다. 나 살기 바빠 내 식구 챙기기 바빠 뒷전이 되기 일쑤인데 비해 부모님은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조차 아까워 손자새끼들 몫으로 차곡차곡 모아놓으시고 예고 없이 다니러 와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기다리신다.
병든 부모를 버리고 이민 가버린 비정한 아들내외, 서로 모시지 않겠다고 싸우다 결국 노인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나와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버리기엔 어쩐지 내 일로 닥치지 않을까 염려가 생긴다. 자신은 비바람을 맞고 험한 길을 가더라도 자식의 발길은 평탄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우리는 얼마나 헤아리며 살고 있는가.
내 가족에게 사랑이 충만하기를 바란다면 내 마음속에 진정한 사랑이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어색해한다면 내 자식들이 보고 자라 베풀지 못하는 인성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런지.
내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눈빛은 그 어떤 보석을 보는 것보다 영롱하고 따뜻하다. 그 눈길은 어떤 보답도 대가도 바라지 않고 다만 잘 살기만을 바라는 절절함이다. 난 항상 아이들에게 커서 무엇이 될 것인가를 묻고 그 뒤엔 꼭 효도할 것을 다짐받는다. 그러면 두 아이들은 눈빛도 비장하게 그러마한다.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옛날 같지 않아도 우리 가슴속엔 사랑과 효심은 그대로 살아 숨쉰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올바른 정신이며 언제까지라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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