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꽃 좋아한 우리 어머니
그래서 이렇게 봄꽃 한창일때 가셨나보다

 올해는 유난스럽게 봄꽃이 한꺼번에 피고 봄비도 자주 내린다.
 4월의 셋째 토요일 오후, 부평 화장장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문너머로 유택들이 질서정연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고 그 사이사이 철쭉 개나리등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우리 어머니는 꽃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그래서 이렇게 봄꽃이 한창일 때 가셨나보다.
 그래도 다시는 어머니를 부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리다. 집안을 돌보지 않으시는 아버지 때문에 오남매를 당신 혼자서 교육시키고 키우시느라 보따리 행상부터 온갖 고생을 다 하셨다.
 6.25후에는 괭이부리말에서 석탄장사도 하셨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셨는데 왜 끝까지 박복하셨을까?
  우리 어머니는 치매로 7년 동안 고생하셨다. 처음에는 작은 일용품을 잃고 찾지 못하시더니 외출했다 집을 못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래도 우리들은 그것이 치매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모든 질병이 본인이나 가족에게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의식없이 무조건 떼 쓰고 식사를 했는지 배변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먹을 것만 달라고 소리치는 어머니를 보면서 세상에 제일 무서운 병이 치매인 것 같았다.
 곱고 깔끔한 분이었는데 병이 어머니를 무너뜨렸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목욕이라도 시켜드리려고 이불과 속옷 몇 벌하고 오렌지를 사 갖고 갔었는데 오렌지를 껍질 벗겨서 드렸더니 “맛있다!” 하시면서 두 개를 잡수시고 더 달라고 하시는 것을 다음에 잡수시라고 안 드렸던 것도 후회된다.
 어차피 이렇게 가시는 것을 과일 더 드리고 목욕 한 번 더 시켜 드리면 되는 것을…
 영안실에서 뵈었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얼굴을 한없이 편안해 보였는데 가슴뼈 사이로 살가죽이 움푹움푹 들어간 것이 우리가 과학실에서 본 인체 표본같이 뼈만 남아 있었다.
 얼마나 아팠으면 사람이 저 지경까지 됐을까 하니 눈물도 나지 않았다. 내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엄마 편히 잘가!” 영안실에서 이 인사가 전부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치매가 오기전 자손들에게 다시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싫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으시다며 화장해서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뿌려 달라고 하셨다.
 장례 치르고 삼오제 날 오후 날씨는 더없이 화창하고 온 산에 철쭉 꽃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강원도 산자락 절 근처에 어머니를 뿌려드렸다. 동해가 훤히 보이고 꽃들이 만발했으니 우리어머니 좀 편해 지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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