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내가 동사무소에 자활로 근무하던 중 따스한 봄날이 시작되면서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가 먹이를 찾아 동회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눈이 동그랗고 아주 귀엽게 생긴 예쁜 강아지였다. 원래는 누군가가 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너무 자라서 길에다가 버린 녀석이라고 했다.
 사실 동사무소에서 처음 봤을 땐 오랜 기간을 목욕을 안 한 탓인지 긴 털에 깜장때가 잔뜩 묻어있어 사람들이 기피하던 녀석이였다. 그래도 녀석이 애교가 많은 편이였는지 사람들도 잘 따르고 재롱도 많이 떨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사무소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귀여워 해주게 되고 썩 좋은 주인은 아니지만 새 주인도 생기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동사무소에 근무하던 공익요원이 그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다며 유난히 이뻐해 주며 끼니때마다 밥도 챙겨주고 “글링”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여 주는 열성을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동사무소 앞을 지나가던 자동차가 “글링”이를 치고는 그냥 가버린 일이 있는데 “글링”이는 걷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한구석에서 계속 낑낑거리며 그렇게 며칠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가 딱했는지 동네 한 아주머니께서 “글링”이를 치료해주고 돌봐주시겠다고 하시며 데리고 가셨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글링”이는 그때 새끼를 가졌던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버려졌던 “글링”이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글링이”이를 데려가셨던 아주머니께서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 한 마리와 한눈에 보기에도 바싹 야윈 “글링”이를 다시 데리고 오셨다.
 지금 “글링”의 뱃속에 새끼가 몇 마리 더 있을 것 같은데 이틀이 지나도록 한 마리외에는 나오지 않고 계속 검은 피만 흘리고 있다며 수술해 줄 여유도 없고 어떻게 손 슬 도리가 없어서 일단 동사무소로 데리고 왔다고 하셨다.
 수술을 안하고 그대로 놔두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이 “글링”은 축 쳐져 있었다.
 동사무소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여럿이 마음을 모아서 비용을 모금하여 병원에 데려가 한 시간의 수술을 시켜줬다. 배 안에 있던 새끼 세 마리는 썩어진 채 죽어 있었고 다행히도 “글링”의 목숨은 구했는데 수의사의 말씀이 오늘 내일이 고비라며 정성껏 간호를 하라고 하셨다.
 수술후 아주머니께서는 다 죽어 가는 강아지는 필요없다며 다시 동사무소에 내버리고 가셨다. 그리곤 아픈 “글링”이를 돌봐준다는 사람이 없자 맨 처음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준 공익요원이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는데 결국 그날밤 “글링”이는 숨을 거칠게 몰아 쉬다가 눈도 감치 못한 채 죽어 버렸고 공익요원과 그의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조촐하게 “글링”의 장례를 치뤄졌다고 한다.
 그래도 마지막엔 “글링”이가 참 복이 많았나보다. 사람들도 “글링”이 처럼 버림받으며 살아 갈 수 있을까… 태어나기도 전에 버려진 것에 익숙한 어린아이도 있고 훗날 쓸모 없는 퇴물로 사회에서 쓸쓸히 사라져가는 겨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네 사람들은 버려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기에 그렇게도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그 관계성을 부여잡고 악착같이 살아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생은 어느 순간에도 곁에 누군가는 있기 마련이다.
 내 나이 서른 하나에 혼자된 이후 딸아이들 키우는 일에만 전념하며 공공근로도 해보고 파출부도 나가보며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고생하며 세월이 가는지도 힘든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어떤날은 혼자서 이렇게 사는 내가 지쳐서 쓸쓸히 나를 위로해 보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내 곁에는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귀엽게 잘 자라주는 사랑하는 두 딸이 있었다.
 그 공익요원이 버려진 강아지에게도 “글링”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불어준 것처럼 내가 이름을 지어주고 서로 부대끼며 내 곁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준 고마운 내 딸들.
 지나온 세월들을 살아오며 아무리 힘들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가도 언제나 내게 힘이 돼주던 내 아이들…
 하물며 말 못하는 미물인 “글링”이도 죽기 전에 저에게 고맙게 해준 공익요원에게 무언가 남기고 싶었는지 자기의 새끼를 맡기고 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게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에게 자신있게 대답해주겠다.
 내가 이 세상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내 딸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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