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인구주택총조사하면서 겪은 일들
우리나라의 어려운 경제상황 느껴


임금자(용현4동)


조사요도와 용품들이 들어있는 가을의 은행잎과 같은 노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조사원 목걸이를 걸고 첫 집을 방문했다.
용기를 내서 “계십니까? 인구조사원입니다." 문이 열리더니 “어머머, 이거 하러 다니는 거야?" 아는 사이다.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쑥스러움을 모면할 양으로, 이 댁에 가족구성이 어찌되나 하면서 조사표를 건넸다. 겸연쩍어 보이던지 “한 장 두고 가."
나는 대충대충 설명을 하고 “내일 가지러올게" 하면서 얼른 문밖으로 나오니 등에서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그 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수고하십니다. 첫날이라 무척 힘드시지요? 동사무소에 오셔서 차 한 잔 들고 하십시오."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 발걸음을 동사무소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다른 조사원과 마주쳤다.
“몇 집 방문했나요?" "별로요." 둘이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동사무소에서 온 메시지 보셨나요?" “안 들어가실래요?" "좀더 방문해야지요."
그 소리에 나도 다시 다른 집에 방문해보리라 생각하고 “저녁에 만나요." 하며 발걸음 옮기며 한 집, 두 집, 방문하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점점 용기가 생겼고, 조사원끼리 마주치면 수고한다, 잘해봅시다, 서로 격려하고, 어려운 일은 동사무소에 들어와 이야기하고 방문하기가 어려운 가정은 조장님과 통장님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수고한다고 하시면서 음료수도 주시는가 하면, 일없다 하시면서 문도 안 열어주어 몇 십 분 동안 방문 앞에서 기다리던 일, “아휴, 우리 집은 기숙방이 많아서 조사하기 힘들어." 하시며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도 계셨다. 내가 맡은 구역은 상가와 기숙방이 많은 곳이었다. 장사가 너무 안돼 방이 너무 많이 비어서 살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정말 경제가 어렵구나. 이번에 실시한 인구 및 주택 조사가 잘 이루어져서 우리나라 경제 계획하는데 많이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어느 덧 노오란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중순이 되었고, 인구조사도 마무리가 되었다. 왠지 단칸방 전등불 밑에서 저녁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가 마 음에 걸린다.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내길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지난 십 오일간 인구주택총조사를 하면서 우리 모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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