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철없던 크리스마스 선물 투정
이제는 내가 엄마의 산타 될것

문학동(이현주)

얼마 전 조카가 집에 왔기에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선물을 뭘 받고 싶은지 생각해 놓으라고 일러뒀다. 그러고 보니 문득 내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떠올랐다. 어렸을 적 나는 왜 그렇게 비싸기만 하고 쓸모없는 ‘인형의 집'이 갖고 싶었는지, 몇 달 동안 엄마한테 노래를 불러댔다.
한번 사면 금방 싫증나서 1년도 못 가 버리면서. 인형의 집이란, 1m 가량 되는 크기에, 사람이 사는 집처럼 인형의 크기에 맞는 온갖 가구들이 들어있는, 마론 인형이 들어가는 집이다. 당시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가지고 있는 친구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나는 미리 엄마가 눈치 챌 수 있도록 단단히 언질을 해두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이면 인형의 집이 머리 맡에 놓여있겠지… 부푼 가슴으로 오지도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깨우지 않아도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냉큼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람. 머리맡에 큼지막한 인형의 집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가 너무 미웠다. 내가 그토록 말했건만, 엄마는 인형의 집을 사주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 앉았다.
무슨 크리스마스가 이래. 산타클로스가 뭐 이래. 화를 식히고 제대로 보니 베개 아래 뭔가 작은 것이 보였다. 선물 상자로 보이는 그것의 포장지를 뜯어보니, 동화책 3권과 카드가 들어있었다. 인형의 집을 사지 못했다고, 엄마가 항상 미안하다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난 어린 나이에도 철이 조금은 있었나보다. 순간 엄마한테 떼를 쓴 내가 너무 창피해서 눈물이 났다. 힘든 엄마는 생각도 안 하고, 못 사주는 엄마 마음 헤아리지도 못한 내가 너무 미안해서 동화책과 카드를 쥐고 펑펑 울었다.
한참을 울었을까. 문득 얼굴을 들어 쳐다본 창밖에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 눈물에 가려 뿌옇긴 했지만 분명,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그 이후로 절대로 크리스마스 선물 투정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은 것도 그 해가 마지막이었다.
지금도 인형의 집이 아닌 동화책을 선물해 준 우리 엄마를 떠올리면 코끝이 찡하다.
항상 나를 위해 희생하며 사시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자체가 내 인생에 있어 커다란 선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정말 효도하며 살아야 되는데, 여전히 투정부리며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얼마나 자라야 그 마음 갚을 수 있을까. 엄마. 우리 엄마. 올해엔 내가 우리 엄마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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