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여든아홉인데, 우리 손주딸이 할머니 여든아홉된다 하니까 깜짝 놀래" 우현숙(89) 어르신은 주안3동 기흥마당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시다. 어르신의 정정한 모습에 나이를 알게 되는 순간이면 놀라는 주변의 반응은 늘 똑같다. 새해를 맞아 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건강 외에는 없다고 하신다.
"다른 게 뭐 있나, 건강해야지. 그게 내 할 일도 하면서 자식들 걱정 안 시키는 거야" 어르신이 말하는 "내 할 일"은 기흥마당에 모여 친구 분들과 함께하는 소일거리다.
"여기(기흥마당)에 모이면 외롭지 않고 좋지. 같이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 나눠먹고" 김경자(87) 어르신은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기흥마당으로 온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화목하게 지내다보면 팔다리 쑤신 것도 잠시나마 잊게 된단다.
"작년에는 누가 소개를 해줘서 여럿이서 고구마 줄기를 깠어요. 그 돈으로 겨울에 땔 석유도 사고, 과자도 사고 커피도 사 먹고." 이렇게 사는 게 이웃사촌 아니냐고 말하는 서연렬(83) 어르신은 작년과 재작년 기흥마당 어르신들이 펼친 주안미디어축제 때 공연을 연이어 자랑한다.
"우리들이 무대에 올랐어요. 그동안 자식들 키우고 어렵게 사느라 내 이름을 잊고 살았는데, 다 늙어서 내 이름을 찾는 거 였어요."
어르신의 말씀처럼 공연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 무대를 지킨 어르신들의 하나같은 소망은 내일도, 모레도 기흥마당에 모이신 친구 분들을 다시 보는 것이다. 노인이 되었다고 모든 것에 달관한 현인이 되는 것도, 욕심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의 깊이가 깊어져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도 어르신들이 잊지 않는 건 가족들의 건강이다.
오늘도 기흥마당에 모인 어르신들의 새해맞이 소망은, 그래서 변함이 없다. 당신들의 건강과 아들딸들의 건강, 그리고 아들딸이 낳은 손자 손녀의 건강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최고령 우현숙 어르신의 한마디는 젊은 사람들이 좋은 곳에 취직해 고생을 덜 했으면 한단다. 여기에 모든 어르신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그렇지, 그래야 자식 노릇하지, 그래야 부모 노릇도 하고, 그래야 또 건강하고"
황경란 명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