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빨래건조대에는 아이들의 양말과 교복이 널려있다. 거실에는 TV와 실내운동기구, 컴퓨터 책상과 책장이 있고, 밥 때가 되면 집안 가득 "얘들아, 밥 먹자"라는 살가운 목소리가 퍼진다. 여기까지는 여느 가정집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층층의 신발장이 낯설고, 방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캐비닛에 특별한 사연이 담긴 것만 같다.
 
단기 청소년 쉼터 바다의별
 "가정에서, 학교에서 내쳐진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청소년 쉼터 바다의별 장정혁 소장은 쉼터를 이렇게 소개했다. 부모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폭력을 행사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 보호와 성장을 토대로 쉼이라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곳이 청소년 쉼터다.
 단기 청소년 쉼터인 바다의별은 3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사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뭔가를 해서 아이들이 변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에요." 9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긴 시간이 아니라고 한다. 비록 짧은 시간 임에도 바다의별에서는 해마다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이 몇 개월 준비해서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이런 결과의 토대에는 성실하게 임하는 아이들과 자원활동가 교사들의 맞춤교육이 크게 작용했다.
 "저희 쉼터에는 1인 1교시 100일 수업이 있어요. 말 그대로 하루에 2시간씩 100일을 꾸준히 공부하는 거죠."
 4월에도 11명의 아이들이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에 응시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믿고 아이들을 지지한다는 장 소장은 학교 공부를 중단한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하기 위해 바다의별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 소장은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차별 없이 받아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장기 청소년 쉼터 별마루
 "탈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요." 가정을 나와 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연을 청소년 쉼터 별마루 마재순 소장은 이렇게 전했다.
 물론 충동적으로 가출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가정이 해체되고 가난과 빈곤으로 더 이상 가정이라는 의미가 사라졌을 때 아이들은 거리를 떠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경찰서나 보호관찰소를 넘나든다.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 아이들과 함께 하죠." 별마루는 3년에서 최장 4년까지 머물 수 있는 쉼터다. 그렇다보니 학업 유지와 졸업 후 사회에 나가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기간이 긴만큼 처음부터 중장기쉼터에 머물 수는 없다. 바다의별과 같은 단기쉼터에서 생활하다 가정이 아닌 사회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될 때 중장기쉼터로 올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건 가정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하지만 가정에는 생각지 못한 힘든 상황들이 무수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 쉼터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바다의별 장 소장은 쉼터에 있는 20여명 아이들의 십년 후를 생각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도 취업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쉼터의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 나갈지 걱정"이라며 그래서 더욱더 가정 밖, 학교 밖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고 전했다.
 "5년 전 바다의 별에 있던 아이인데 바리스타가 됐어요. 이제는 유명 브랜드 커피숍에서 바리스타 매니저로 생활을 하고 있죠."
  힘들지만 이렇게 변화된 아이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
 "바다의 별에 있는 시간들이 쌓여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합니다."
  장 소장은 청소년 쉼터의 진정한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황경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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