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돌이켜 보면 힘든 시간을 용케도
견뎌… 세 남자에 둘러싸인 사진속
내 모습이 여왕처럼 뿌듯…


나는 내년에 결혼 25주년을 맞게되는 50세의 주부이다.
절친한 친구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년 간의 연애기간을 거쳐서 가난한 홀어머니의 막내라는 이유로 친정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1980년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결혼 초부터 피부에 와닿는 경제적 궁핍함으로 인하여 결혼에 대한 핑크빛 환상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살벌하고 냉랭한 결혼생활의 연속이었다. 남편은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온 탓으로 힘든 일을 기피하고 쉽고 편하게 돈을 벌 궁리만 했다. 한 직장에 오래 안주하지 못하고 돈이 조금만 모이게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나와 항상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어려운 가정의 맏딸로 태어나 고생을 하고 자랐기때문에 비교적 생활력이 강한 편이었다. 친정 근처로 이사를 하고 낮에 아이들을 친정어머니께 맡기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공부를 병행하여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갔다.
내가 직장에 나가려고 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주었다. 요즘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럴때일수록 가정에서 주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려운 시간들을 용케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는 큰 아들과 ‘한의대'를 지망했지만 떨어지고 대신 명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둘째아들이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남편도 이젠 허황된 사업가의 꿈을 버리고 직장인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난 2월중순에 큰아들이 제대를 했다. 모처럼 네 식구가 모인 자리에서 ‘가족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식구들이 동의했다. 내년이 결혼 25주년이지만 작은아들이 1학기를 마치고 군입대를 할 예정이라서 1년을 앞당긴 것이다.지난 3월1일 가족사진 촬영이 있는 날 나는 미리 예약해 둔 미용실에서 예쁘게 머리손질을 하고 마치 결혼식을 앞둔 신부처럼 마냥 들떠있었다. 사진관에서 ‘가족사진' 말고도 부부만의 커플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사진을 찾아서 거실에 걸었다. 거실 중앙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바라본다. 세 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인 사진 속의 내 모습이 마치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우아하게 보인다.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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