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어릴 적 어머니께선 두부나 묵을 쑤어 5일장 저잣거리에 내다 파셨다. 장이 안서는 날이면 시장내 식당이나 어머니의 손맛을 아시는 단골 손님의 주문을 받아 이고 다니시며 가져다 주셨다.
그 뿐인가. 사시사철 푸성귀, 나물, 앵두, 오디(뽕나무 열매), 밤, 대추 등 시골에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죄다 상품화 시켜 파셨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으로 우린 농사짓는 집이었으나 푼돈이 아쉬운 줄 모르고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 건너 아파트 단지 내에 쪼그리고 앉아 옥수수나 풋콩을 까서 마치 소꿉놀이 하는 어린 아이 마냥 알량한 상품을 가지고 종일토록 수없이 오가는 차량과 사람속에 앉아 계셔서 우릴 속상하게 했었는데 그 땐 몰랐었다.
그 것이 어머니께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었던 방편이었음을. 자식들이래야 다 흩어져 살고, 동네라야 온종일이 가도 누구 하나 보기 힘드니 그 많은 시간 홀로 어머니께서 견디시기엔 적적하다 못해 고문 같았던가 보다.
그런 어머니께서 요즘은 노쇠하셔서 당신 스스로도 추스리기 버거우시니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이 다 돈인 것을 처치 못하고 당신 존재를 상당히 무의미해 하시며 밥만 축낸다고 개탄하시니 참으로 민망하다.
얼마전 어머니로 부터 힌트를 얻은 아파트의 한 아주머니께서 노느니 하며 그런 것들을 장만하여 내다 파시더니 꽤 쏠쏠하였던지 재미를 붙이셔 날마다 새벽부터 우리집 근처를 누비신단다. 어머니께선 마당 끝에 앉아 내심 기다리시는 것 같건만 보기가 무섭게 한마디 하신다.
“저 여편네 또 온다. 이젠 제 안방 드나들 듯 한다니까."
얼굴 맞닥뜨리기 전에는 심통 가득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시던 어머니께서 금새 노여움이 사라지고 천진한 아이 마냥 안으로 들어오신다. 마치 조금 전이 겸연쩍어 만회하려는 듯,
“저번엔 요구르트 하고 박하사탕을 사 갖고 왔더라. 한번도 빈손으로 오진 않는단다. 이거 봐라. 오늘은 숭어를 두마리나 사 왔구나. 마른 숭어다. 한 오천원쯤 할 것 같다. 밥도 안먹었을텐데 입맛 없는데 한 술 같이 떠야 되겠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돈이 눈에 보이는 걸 가만히 앉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뺏기는 것 같은 마음, 그런 어머니의 속내를 딸인 내가 왜 모르겠나.
조금만 젊고 건강했으면 하는 맘 간절하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먹먹해지며 콧등이 시큰해 온다. 주무실 때마다 잠자듯 그렇게 죽었으면 한다시는 우리 어머니! 건강히 오래 사시며 불효하는 딸 어여삐 오래 더 지켜 봐 주시고 어머니께서 소망하시는 것들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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