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703호 아주머니, 빨리 경비실로 와 주세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경비 아저씨의 소릴 들으니 703호 아줌마의 둘째 아들이 또 사고를 친 모양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원표와 4살바기 영표라는 두 아들을 둔 그 아줌마는 개인 주택에 살다 이번에 이 아파트로 입주하게 되었다.
새 집, 그것도 내 집을 장만한 것이니 마냥 좋기만 하여 일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와 쓸고 닦고 꾸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가 붙었는데 고민이 생겼단다.
장난꾸러기 작은 아들의 말썽으로 가끔씩 어이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그 아이와 아줌마가 서 있다. “베란다 난간에 양말 한 짝이 걸려 있을 거예요.” 빨래를 개는데 짝이 안맞아 내다 보니 나무에, 각 층 베란다에 걸려 있더란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일까 하고 내려다 보니 정말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지나던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캔이며 페트병 등 재활용으로 분리해 놓은 건가 본데 그걸 모두 베란다 난간 사이로 던져버린 것이다. 경비 아저씨를 비롯해 모여든 사람들에게 머리 조아리며 주워 담는 그 아줌마를 보며 난 그 아이가 자라 무엇이 될까 무척 궁금해졌다. 한눈에 봐도 다부지고 개구장이스러움이 듬뿍 배어있는 그 아이.
언젠가 산에 갔다가 가게에서 만국기가 그려져 있는 3천원 짜리 소프트볼을 사다 주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만난 어느 날 그의 손에 그것이 들려져 있는 걸 보고 나는 그 녀석을 사랑하게 되었었다. 어김없이 밤 10시 까지는 두 놈의 작은 발뒤꿈치로 뛰어노는 소리로 보란듯이 혼자만의 정적을 잠재우던 녀석들.
언제나 쓰레받기와 빗자루를 들고 놀이터에 앉아 있는 그 아줌마. 자세히 보니 그 아이는 놀이 기구를 이용해 노는 것이 아니라 근처에 있는 모래더미에서 모래를 퍼다 미끄럼틀에 내려 보내고 있었다.
“놀이터가 차라리 흙으로 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재질로 꾸며진 놀이터에서 아이가 흙을 퍼 나르며 놀다 보니 아줌마는 그 아이가 노는 동안 그렇게 앉아 있다가 쓸고 닦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더 자랄 때까지 그냥 주택에서 살 걸 그랬나봐요. 아니면 1층으로 내려가야 할까 봅니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가 보다.
“베란다 문 조심시켜야 되겠어요.”난 심심찮게 뉴스에서 보게 되는 사고가 떠올라 한마디 했다.
가볍게 웃는 아줌마를 뒤로 하고 돌아서며 생각해 본다. 사람은 자연과 친화적이어야하는데 놀이터 조차 흙이 없으니...
서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만을 지상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배우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고 또한 그들의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늘 함께 하는 이웃과 경쟁적이기 보다는 서로 어려움을 나누며 의논 상대가 되었으면... 단단한 울타리 안에서 문명사회의 이기속에서 나이 들어가며 고독해지는 삶이기 보다는 무덤덤하고 평범하지만 내 삶의 미래를 낙관하며 너그럽고 여유있게 이웃에게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며 그렇게 살고 싶다. 지금쯤 그 녀석들은 얼마나 자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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