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건강/생활

공무원과 주민 易地思之(역지사지) 필요

임복수(보건행정과장)

정으로 ‘우리’ 되던 70년대 그리워
정년 앞두니 갈등 많은 현실 개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감지 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국가 정책은 물론 개인의 생활까지 한눈 팔 겨를이 없다. 이러한 시대적 감각을 감지하지 못하면, 하루 아침에 보수주의자가 되고 무식자가 되고 만다. 군복무를 마치고 70년 11월 첫 공무원 임용장을 받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4년이 지나고 지겨우면서도 못내 아쉬운 정년을 겨우 2년 남겨 두고 있다.
필자같은 지방직공무원은 기초 생활보호, 도시기반 구축, 소음, 공해, 교통, 청소 등 주민의 가장 가까이에서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제반 사항을, 주민의 편에서 최대한 편리하게 보살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은 무엇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정한 업무 수행이 집행돼야 하겠지만, 사안에 따라 다수를 위해서 소수가 다소의 불편과 손해를 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공무원의 역할은 이러한 문제점의 적절한 조정과 원만한 집행 여부에 있다 하겠다. 70년대 새마을 사업이 한창 불붙던 시대에는, 시샘이나 하듯 정부 지원 시멘트 330포대만 주면 잘 살아 보겠다는 일념에, 죽을지 살지 모르고 횃불을 들고 야간 작업까지 서슴지 않고, 마을 안길 넓히기, 농로 개설, 초가지붕 개량, 부뚜막 개량, 소교량 공사, 농수로 공사, 간이 상수도 놓기 등 전 주민이 무보수 노력 봉사는 물론, 귀중한 옥토도 아낌없이 희생하는 다소 어수룩한 공동체 의식이 강했다. 주민과 함께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지도력 또한 밤낮이 없었으며, 사업이 완공되면 담당 직원과 온 마을 주민이 혼연 일체가 되어 남녀노소 없이 한데 어울려, 농악에 맞춰 덩실 덩실 춤추며 박주일배를 나누는 보람된 시대가 있었다.
담당 직원 말이 곧 법이였고, 마을이장 말이 곧 거역 할 수 없는 명령이었지만, 불평도 불만도 없었으며, 동네의 경사는 온 주민의 기쁨이고 슬픔이었다. 공무원과 주민은“너와 내"가 아니고“우리”였다. 문맹자가 많던 시대여서 사망, 혼인, 출생신고 대행은 물론 아기 이름도 지어주고, 감사하다며“아리랑 담배”한 갑 사다주는 노인네의 흐뭇하고 진정한 감사의 표정이 그렇게 정다울 수 없었다. 자전거 타고 마을을 순찰할 때면“농사일이 바빠서 면사무소에 못 가니 호적 한통 떼어서 우리 딸 학교 선생님에게 보내 달라”며 처마 끝에 매 달아둔 곶감 뚝 잘라 주시던 아저씨도 계셨다. 그렇게 정이 듬뿍 담긴 뇌물 아닌 뇌물도 많이 받았건만,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다.
30년이 지난 요즘은 강산이 세 번 바뀐 탓인지, 너무도 삭막하고 씁쓸하게 바뀐 주민과 공무원간의 갈등과 의혹, 반목과 질시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살얼음판을 걷게 하고, 보람과 긍지를 상실케 했으며, 조금의 아량이나 재량권을 행사할 수 없는 원리원칙을 강요하고 있다. 틀에 박힌 법과 원칙에 입각한 행정 행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대민 행정이다. 법과 원칙을 근본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사안에 따라 얼마나 융통성을 발휘 하느냐에 따라, 창의적인 능력이 발휘되어 최소한의 비용(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성과)가 거양 될 수 있다.
칭찬은 들을수록 힘이 생기고, 질책은 들을수록 의욕이 상실된다. 동장이나 담당 과장에게 전화해도 충분히 처리될 문제들, 이를테면, 골목길에 웅덩이가 생겨도, 수도 물만 안 나와도, 무단 투기 쓰레기가 잠시만 늦게 치워져도, 주차 위반 딱지가 끊겨도 시장실로 전화하고, 인터넷에 입에 담지 못할 갖은 욕설로 항의하며, 어려운 시험을 거쳐 임용된 공무원의 밥줄을 끊으라는 등의 지나친 행동은 자제했으면 한다.“易地思之”란 말이 생각난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접어든 우리 모두는 보다 성숙된 아량과 역량을 펼쳐 서로를 이해하고,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선진 국민이 돼야 한다.
공무원은 국가에 헌신과 충성을, 국민에게 정직과 봉사를, 직무에는 창의와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 맹세를 잊지 말아야 하며, 국민은 공무원이 맡겨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토록 격려와 사랑을 주어, 창의적이고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주민과 공무원이 너와 내가 아닌“우리”가 될 때 주민의 삶의 질은 향상 될 것이다. 공무원은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을 내 가족처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친절로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아직도 잔존해 있는 권위의식을 탈피해야 하며, 주민은 개인 이기주의에 기반을 둔 위법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열과 성을 다하는 공무원, 격려와 협력을 아끼지 않는 주민이 깊은 정을 나누고 힘을 모을 때 더욱 밝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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