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라
결혼식장에서의 얘깃거리가 많다. 2년 전 어느 여름 호텔에서의 일본인 가족들이 대거입국해 가문을 자랑하던 시네마 현의 히즈끼 신랑과 양평의 당당한 한국인 신부 이길례양의 혼례식 날 나는 은근히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고 싶어졌다. “신부는 동시통역으로 한국인 신부를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동시 통역하시기 바랍니다” 신부가 생글거린다. 신랑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굽신거리며 ‘하이, 하이’하기만 했던 기억난다.
홈피에 ‘선생님 결혼식 날, 눈물을 흘리던 울보신부입니다. 단란하게 행복한 신혼의 꿈을 꾸며 잘 살고 있습니다. 결혼식 사진을 보며 오늘은 왜?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날까요?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주례선생님 연세가 되셨을 텐데 하는 생각도 나고 외롭게 지내실 어머님 생각이 간절합니다.’라고 쓴 한 신부의 편지가 생각나는 등 가슴 찡한 신랑신부의 기억들이 많다.
어느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길을 나선 후 목사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믿음입니다.“라고 답했다. 또 군인에게 묻자, ”평화입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신랑신부에게 묻자, ”사랑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3가지가 모두 마음에 들어 한데 묶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려 했던 화가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아빠“하며 달려드는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그는 믿음을 발견했고 오랜만에 돌아온 남편을 편안히 쉬게 하는 부인에게서 사랑을, 가족들과 마주한 저녁상 앞에서 화가는 믿음과 사랑과 평화가 깃든 아름다운 그림을 발견했다.
요즘 신랑신부에게서 고전예절의 의미를 찾기는 힘들다. “주례사를 간단히 해 주세요” 라며 하는 신랑에게 장황하게 혼례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르신들의 합의에 의해서 혼례날짜가 정해지고 석양에 신부 집에 신랑이 장가 갔었다는 얘기가 이해가 될까? 서구문물의 범람으로 각박하게만 변해버린 인성이 어찌 신랑신부만의 탓일까?
오랫동안의 관습에 젖어온 우리들이 역사적․교육적인 차원에서 제대로 후세대들에게 ‘전통을 가르쳐 왔던가?’ 되묻고 싶다. 옆 친구를 따돌리지 않으면 내가 뒤떨어진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식 외우기 공부만 시키는 기성세대들의 역사적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다. 나는 주례석에서 삼인 행 필 유 아사(三仁 行 必 有 我師)라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생숙제로 한가지씩 내주고 그 뜻을 음미하기를 권하는 주례사를 가끔 한다.
‘어디서 사는가?’ 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다시 한 번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하며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선 신랑신부의 행복을 기원한다.
신중균
해피콜실버클럽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