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 둘레길에서 봄을 만나다
문학산에도 둘레길이 있다. 아직은 조성중이지만 그 둘레길 구간 중에 야생화가 있는 숲길을 걸으며 봄을 만나 보자.
먼저 문학산 둘레길에 진입할 수 있는 여러 길 중에서 흙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학산서원마을 길을 택했다. 학산서원마을은 바로 문학동 도천단길에서 문학터널 입구를 오른쪽으로 끼고 100여 미터 올라오면 왼쪽에 가옥 몇 채가 있는 곳이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꽃망울이 맺힌 벚나무와 살구나무가 입구에 서 있다.
마을 안으로 몇 걸음 올라오면 인천에서는 꽤 커다란 매실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매화향기를 뒤로 하고 오른쪽 텃밭 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문학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아직은 이르겠지만 곧 찔레꽃이 피어 반기리라 생각된다.
오르는 길이라고 해도 거의 경사가 없는 길이다. 주로 아까시나무, 갈참나무, 밤나무 그리고 잣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어 이곳은 아주 고즈넉하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사람들이 이 오솔길을 혼자 다니기에는 좀 으스스하다고 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길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넓어져서 그런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이어서 잣나무 조림지대가 나온다. 소위 말하는 피톤치드가 풍부한 곳이다.
이른 봄에는 숲 속 길을 걸을 때 다소 몸을 숙이는 것이 좋다. 길섶에 애기똥풀들이 노란꽃을 피어내고 있는데 앞만 보고 걸으면 보이지 않는다. 양귀비과 식물인 애기똥풀은 잎이나 줄기를 꺾어보면 노란 액이 나온다. 그 모양이 간난 아기의 똥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또 참나리 새 순이 올라오고 싱아와 수영이 싹을 틔고 있는 사이사이에서 무릇의 꽃대를 볼 수 있다.
연한 보랏빛 무릇꽃과 애기똥풀 노란꽃 사이를 지나가면 오른쪽으로 다소 가파른 길이 나 있다. 여기부터는 꽤 넓게 현호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현호색은 투구 모양의 꽃이 피는데 옅은 분홍색에서 보라색, 자주색 등 대략 4~5종이 피어난다. 꽃이나 잎, 줄기를 보면 그 청초한 맛이 난초가 부럽지 않은 정도이다. 물론 문학산에는 현호색이 많이 있지만 이곳처럼 무더기로 군락을 이룬 곳은 없다.
그러나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볼 수 없다. 쌓인 낙엽 사이사이에 숨듯이 있으니까. 허리 굽혀 보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등산객이 “몇 년씩 다녔는데도 처음 본다”고 말한다.
현호색을 따라 올라 가다보면 넓은 쉼터가 나온다. 문학동이 고향인 사람들이 공터를 이용해 나무의자를 만들어 놓은 곳이다. 토끼가 뛰어 놀기도 하던 곳인데, 작년 곰파스 태풍 이후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토끼들은 쉼터를 만든 사람들이 일부러 풀어놓은 것이지 자생적인 야생토끼들은 아니다.
이곳에서 생강나무 꽃 핀 것을 볼 수 있다. 지나온 길에도 생강나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강나무 꽃은 이른 봄, 들에 피는 산수유와 색깔과 모양이 비슷해서 산수유라고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노란꽃 색깔과 피는 시기가 동일할 뿐 전혀 다른 나무이다.
이른 봄에 피는 생강나무는 주로 산에서 자라는데, 줄기나 잎, 또는 꽃에서도 양념으로 쓰는 생강 냄새가 난다. 이파리 한 장을 따서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아보면 정말 생강냄새가 난다. 생강나무꽃을 보면서 조금 더 나아가면 곧 문학동에서 연수구로 연결되는 샛길과 마주치게 되는데, 마주치는 갈래 길 바로 직전 언덕 경사지대에는 애기나리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봄꽃이 대부분 그렇지만 애기나리는 꽃이 작다. 게다가 잎겨드랑이에서 땅을 보고 고개 숙여 피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파리가 둥굴레 비슷해서 발견하기는 쉽다.
아주 옅은 노란빛을 띤 흰색의 꽃이 앙증맞게 두 세 송이씩 달려 있다. 애기나리 밭을 지나면 오른쪽에 바로 문학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냥 숲길로 걷는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보다는 아늑하고 습기가 많아 상쾌하다.
이 길에는 꽃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그래도 산책로로는 나무랄 데 없다. 봄의 기운을 만끽하면서 조금 더 걷다보면 길마재 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고민해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아 바로 선유봉 정상으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걸을 것인가, 아니면 선학동 방향으로 내려가 둘레길로 계획돼 있는 산책로를 더 걸을 것인가를 말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왔던 길을 되 집어가면서 다시 한 번 봄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굳이 더 걷지 않고 되돌아간다고 해도 한나절 산책으로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이서기 기자(dot5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