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욱 의 영화 이야기
[블랙 스완(Black Swan)]
영화공간주안/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전통 발레 [백조의 호수(Schwanenesee]는 클래식의 거장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yotr Ilyich Chaikovskii)’의 3대 발레 모음곡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지 인형] 중에서 맨 처음 작품으로 1877년 모스크바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작품으로 줄거리도 발레단의 해석에 따라 해피엔딩과 비극으로 전혀 다르게 끝나기도 하고 다양한 장르로의 변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전통극으로의 변형에 대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심지어 유명한 팝 가수인 ‘스위트박스(Sweetbox)의 팝송으로도 만들어져 히트를 치기도 했다.
워낙 음악이 좋은데다가 원작의 드라마도 발레 극으로서 다양한 안무가 가능하도록 짜여져 있어 지금까지 대부분의 모던한 시도는 실험으로 끝나왔다. 그나마 공연 분야에서 [백조의 호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은 바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의 남성 발레극 [백조의 호수]가 유일하다고 할 정도이다.
그렇기에 영화로의 시도는 어찌 보면 식상함이나 진부함을 떠나 어이없는 실험이나 유치한 졸작으로 치부 받기에 필요조건이 충분한 작품일 수 밖에는 없었다. 영화 [블랙 스완]은 두뇌용 퍼즐영화 [파이]로 유명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작품답게 발레 극의 줄거리를 발레리라에게 대입시킴으로써 신선함과 치밀함의 두 마리 토끼를 취하는 명민함을 보인다. 거기에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시키는 자아분열적인 캐릭터의 구축과 이른바 “흑조를 탐한 백조의 핏빛 도발!”의 드라마적 구성은 현대성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구나 단순한 공연을 전달하는 식의 영상 구성이 아닌 영화영상이 갖는 편집과 클로즈업 등 기술적 장점을 균형 있게 활용함으로써 결코 지루할 수 없는 한 편의 전통 클래식 영화를 탄생시켰다.
미술이건 음악이건, 영상이건 공연이건 명품은 시대를 초월한다. 정말 솔직히 속된 말로 “언제적 백조의 호수인가?” 자칫 신파나 구식, 촌스러움과 감각 없는 작품이 됐을지 모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백조의 호수]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레옹]의 꼬마 숙녀 ‘나탈리 포트만’에게 골든글러브에 이은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고, 이제 그 유태인 꼬마 숙녀는 어느덧 아기를 가진 엄마가 되어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거머쥐었다.
참! 연기력과 미술, 편집의 묘비와 더불어 무엇보다 이 영화의 힘은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다. 설마 잊지 않으셨겠지? 원작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