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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장역)가 뜨거운 모래바람이 날리는 고비사막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다. 8년 전 헤어진 딸이 영화에 나온다는 편지를 가지고 중국 문화대혁명 시대에 노동교화소를 탈출해 영화관이 있는 낯선 마을을 찾아 영화를 보러 오는 것이다. 그곳에서 하필 마주친 것은 이웃에게 빌려온 전등갓을 태운 남동생이 동네 잡배들에게 시달리게 되어 필름을 훔쳐 전등갓을 만들려는 더벅머리 소녀(류호존).

영화를 봐야 하는 남자와 필름이 필요한 소녀가 쫓고 쫓기던 중 마을 영사기사의 아들에 의해 필름은 망가지게 된다. 영화로 엮어진 이들은 성스러운 의식과 같은 과정을 거쳐 한밤중에 영화가 시작된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보는 <영웅아녀>라는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의 참전과 관련된 내용이다. 1964년에 중국공산당 정부가 허가한 유일한 영화라고 한다. 굳이 이 영화를 <원 세컨드>에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1960년대 중국영화가 주장했던 집단주의적 경향과 달리 개인의 감정과 가족관계를 언급한 의미 있는 장면을 통해 <원 세컨드>에서의 딸을 잃은 남자와 아버지가 없는 소녀의 가족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사실 딸이 나오는 영화를 봐야 하는 남자는 <영웅아녀>

상영 전 보여주는 <중화뉴스 22>. 중국공산당 선전 내용으로 우리로 치면 <대한뉴스>쯤 되는 국정 홍보 뉴스에 딸이 1초 동안 등장한다. 1초 한 컷으로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지닌 힘이고 의미인 것이다. 영화 속 남자가 무엇 때문에 싸움을 해서 노동교화소에 갔는지 어떻게 탈출해서 나왔는지 잡혀 들어가서 어떻게 살았는지는 잘 모른다. 소녀가 아버지를 어떻게 잃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 문화대혁명의 본질이라면서 감독을 포함한 문화 예술 지식인들이 겪은 시대적 아픔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는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부문에 초청되었지만 상영 직전에 기술적인 문제라면서 출품이 취소되었다. 중국 정부가 들춰내고 싶지 않은 암흑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서 심기가 불편했나 보다 추측할 뿐이다.

장예모 감독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비참한 인민의 삶이 비참하게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 고비사막의 각양각색의 모래언덕의 반짝임과 모랫바람이 만들어 내는 변화무쌍한 그러데이션한 풍경은 은유적이다.

장예모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는 <원 세컨드>를 통해 우리의 향수를 소환하여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을 떠오르게 한다. 어쩌면 장예모 감독의 <원 세컨드>를 관람한다는 것이 필름시대와 안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원 세컨드>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바치는 장예모 감독의 헌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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